정치일반
남경필 “조조되겠다”, 이재명 “남경필은 여포”…삼국지 위인전놀이 왜?
뉴스종합| 2018-01-13 19:34
-남경필 “세상 어지럽히는 동탁 토벌하는 조조 되겠다”
-이재명 “조조는 시류 따라 옮긴적 없어..옮겨 다닌 건 여포”
-삼국지 위인 동탁, 조조, 여포 현실 정치에 소환된 이유는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남경필 경기도 지사가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조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자 차기 경기지사 1순위로 꼽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남경필 지사는 조조가 아니라 여포에 가깝다’며 견제구를 날려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경필 지사는 지난 9일 소속된 바른정당 탈당계를 제출, 자유한국당 복당을 시사한 상태다.

그는 9일 페이스북에 “저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합당에 참여하지 않겠다. 생각이 다른 길에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보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선(先) 보수통합’ 후 중도로 나아가 ‘대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탈당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어 13일에는 페이스북에 “세상을 어지럽히는 동탁을 토벌할 수 있다면 기꺼이 조조가 되는 길을 택하겠다”며 자유한국당 복당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그러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13일 역시 페이스북으로 응수했다.

이 시장은 ’남경필 지사님은 조조 아닌 여포‘라는 제목으로 “남경필 지사님이 조조가 되어 세상을 어지럽히는 동탁을 토벌하시겠다고 하신다”라며 “그런데, 조조는 시류 따라 진영을 옮겨 다니지는 않았고, 용맹하지만 의탁할 곳을 찾아 옮겨 다닌 건 여포”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불리를 가려 여러번 진영을 바꾸었고, 의탁했던 동탁을 제거한 건 여포였으니, 굳이 남지사님 식으로 정한다면 지사님은 조조보다 여포에 가깝다”라며 “축구 경기에서 수시로 유리한 곳을 찾아 골대를 옮기는 건 반칙이다. 이제라도 자유한국당에 골대를 고정하시고 진득하게 도지사 수성전을 치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남경필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이 논란이 되자 관련 글을 삭제한 상태다. 또한 자신이 언급한 동탁이 누구를 지칭한 것인지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동탁은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로 중국 후한 말기 권력을 잡은 실존 인물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권력의 정점에서 온갖 악행을 일삼은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조는 동탁이 양아들인 여포에 의해 죽임을 당한 뒤 다시 정국이 혼란해지자 황제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권력을 흡수한 실존 인물이다.

동탁 토벌군에 몸담았다가 독자 세력을 추구한 조조는 황제의 명의를 빌어 각종 황제의 조칙을 반포하고 제후들을 호령하는 등 권력을 장악했다. 여포, 원술, 원소 등 정치적 경쟁자들을 제거한 뒤 형주의 유비, 강동의 손권과의 일전(적벽대전)에서 대패해 결국 천하를 통일하진 못했다. 그러나 후한 멸망 후 위나라를 세워 위, 오, 촉으로 삼분된 형세의 한 축을 구성했다. 이후 조조를 보필하던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 결국 삼국을 통일해 훗날 ‘승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자신을 조조에 비유한 건 혼란한 정국에서 자신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한 남 지사가 ‘동탁 토벌’을 운운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보수계열 정치권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지는 해를 마감하고 뜨는 해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朴 탄핵정국에서 가장 먼저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보수 정치권의 몰락을 예고했던 그다. 그가 다시 보수 정치권 부활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남경필 지사에 대해 ‘조조가 아니라 여포’라고 평한 것은 이러한 남 지사의 ‘포부’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견제구로 해석된다. 유력한 차기 경기도 지사 후보로 꼽히는 이 시장이 남 지사의 정치 행보에 훈수를 던진 셈이다.

여포는 실제로 동탁의 양아들로 동탁 호위를 맡았지만, 사소한 일로 동탁이 자신에게 수극을 던져 죽을 뻔한 일로 앙심을 품다 결국 동탁 암살에 가담한다.

여포는 무예가 뛰어났지만 유불리에 따라 지속적으로 입장을 바꾼 대표적 인물이다.

원래 병주자사 정원을 수행해 수도로 들어갔지만, 동탁이 유인하자 정원을 죽이고 동탁에게 귀순했고, 다음에는 동탁 토벌군의 왕윤과 모의해 동탁을 죽였다. 잠시 유비에게 의탁한 적도 있지만, 곧 유비 관할의 서주를 빼앗았고, 조조로부터 좌장군의 직위를 하사받았지만 조조와의 싸움에서 패해 결국 죽는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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