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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위안부 문제-④] 일본은 어떻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나
기사입력 2018-01-14 15:21 작게 크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 된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한일 간 논쟁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아베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이 들어서면서 그동안 일본이 인정했던 도의적 책임마저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아베 내각은 왜 ‘진심어린’ 사죄를 하지 않는 걸까?

아베 내각 출범 이후 한일 위안부 문제의 논쟁양상은 일본의 두 가지 논리를 중심으로 반박-재반박하는 구조를 띠었다. 첫째는 전후체제 이래 식민지배 및 관련 범죄에 관한 사죄가 존재하냐는 것이고, 둘째는 군위안부 징모과정에서의 ‘강제연행’이 존재했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논리는 위안부 피해의 본질을 흐리는 동시에, 일본이 국가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주요 논점으로 작용했다.

첫째,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제국주의 국가가 세력을 확장ㆍ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상사’ 중 하나로 치부해왔다. 안타깝게도, 전후체제 이후 그 어떤 제국주의 국가도 교전국이나 식민피지배국에 사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독일처럼 일본도 사죄하라’는주장은 일본뿐만 아니라 서구권 열강국 중심의 국제사회를 움직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2016년까지만해도 독일은 식민지배나 전쟁행위에 단 한번도 사죄한 적이 없었다. 빌리 블란드 독일 총리는 폴란드가 아닌 폴란드 유대인들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나치즘에 대한 독일의 사죄는 철저히 독일인과 ‘나치’를 구별해 전쟁책임을 나누는 기능을 했다. 독일의 사죄는 철저히 전쟁과 무관한 인종학살, 홀로코스트에 국한됐다. 독일이 식민지배에 대한 공식사과를 표명한 건 2016년 나미비아 집단학살에 관한 것이 유일하다. 100여 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만 인정할 뿐, 배상책임은 부인했다. 지난해 폴란드가 폴란드 침공에 대한 배상책임을 요구하자 독일은 “1953년 폴란드 공산정부가 전쟁피해에 관한 배상요구를 포기했기 때문에 끝난 일”이라고 응수했다.

둘째, 아베 내각은 일본 정부가 구일본군에 직접 물리력을 사용해 조선인 여성을 강제연행하도록 지시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여기서 우리는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7년 아베 내각은 ‘고노담화 발표 전까지 발견된 자료 중 군이나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은 없었다’는 의회 답변서를 정부 공식입장으로 각의결정했다. 이때부터 한일 간 위안부 문제의 책임공방은 이 ‘강제연행’ 여부에 집중됐다.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문제는 우리는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주장할 때 일본은 직접적인 물리력에 의한 납치 그 자체를 따졌다는 것이다. 아베 내각은2014년 ‘강제연행은 유괴ㆍ납치와 같은 직접적 물리력이 동원된 형태’라고 그 정의를 특정했다. 그동안 발견된 일본 법무성, 외무성, 미국 국무부 자료 등 각종 자료에서 일본 정부가 군위안부의 ‘강제연행’을 지시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자료가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지난해 발견된 일본 공문서를 둘러싼 한일 간 해석공방이 단적인 예로 꼽힌다. 한 일본인 교수가 지난해 발견한 일본 국립공문서관 및 법무성 자료 19건 182점의 전후 도쿄재판 및 BC급 전범 재판 기록에는 위안부가 군과 관헌에 의해 강제적으로 동원됐다는 증언이 다수 담겨있다. 특히 자료에는 인도네시아 및 아시아권 부녀 200여 명을 난폭한 수단을 동원해 끌고 갔다는 일본 해군 소속 인도네시아 특별경찰대 대장의 증언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아베 내각 관방부장관보실의 토리 요이치(鳥井陽一) 참사관은 “해당 군인은 매춘을 강요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한 개인의 행위가 정부의 강제연행을 직접 증명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위 두 가지 논리를 주장한다고 해서 ‘피해’가 사라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시 성적으로 유린 당하는 여성의 피해사례는 동서고금 존재했지만, 일본의 위안부(위안소) 제도처럼 국가가 여성을 성적으로 유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경우는 없었다. 일본이 위 두 가지 논리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며 담화형식의 사죄와 재단형식의 위로금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오늘날 과제는 일본의 형식상 도의적 책임을 뛰어넘어 진정한 사죄와 반성를 이끌어낸다는 데 있다.

아베 내각이 위안부 문제가 가지고 있는 피해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진정한 사과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가? 전략을 짜려면 일단 우리부터 위안부 문제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1991년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 위안부를 바라본 한일 양국의 인식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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