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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존엄사’ 뿌리내리나…사전의향서 작성한 일반인 8000여명
라이프| 2018-01-15 16:51
-3개월여간 연명의료시범사업 오늘 종료
-임종기 환자 중 존엄사 선택자도 60여명
-정부, 2월 중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예정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 의료의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된 시범 사업이 15일 종료된다. 약 3개월간의 시범 사업 기간 동안 임종기 환자 60여 명과 일반인 8000여 명이 무의미한 연명 의료에 매달리기보다는 존엄사를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등에서는 합법적 존엄사가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사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3일 연명 의료 결정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1월 첫째 주까지 시범 사업 참여 10개 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에서 임종 과정에 접어들어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60여 명이다. 법적으로 연명 의료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4가지 의료 행위로, 심폐소생술ㆍ인공호흡기ㆍ혈액 투석ㆍ항암제 투여다. 


이들은 의사로부터 질병 상태, 치료 방법, 연명 의료 시행ㆍ중단 방법, ‘연명의료계획서’ 변경ㆍ철회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시범 사업 중인 의료기관에서는 이 계획서를 바탕으로 연명 의료 유보ㆍ중단에 들어간 경우가 있었다. 계획서를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선 환자에 대해서는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 또는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미래에 질병으로 임종기에 접어들었을 때를 대비, 연명 의료 중단ㆍ유보 뜻을 미리 밝혀 놓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19세 이상 성인은 지난 12일 기준 8523명이었다.

의향서 상담ㆍ작성ㆍ등록 시범 사업 기관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각당복지재단 등 5곳에 불과한데도 작성자가 이처럼 몰린 것은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증하는 결과라는 평가다.

건강한 사람의 높은 관심과 달리 환자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높지 않았던 것은 환자에게 연명 의료 중단이라는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와 가족에게 최대한의 치료를 해 주려고 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효(孝) 문화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는 내주에 시범 사업 결과를 최종 집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오는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ㆍ완화 의료ㆍ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에 관한 법률)’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해당 법령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지역 보건소, 의료기관, 공공기관, 비영리 법인 등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기관으로 추가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말기 환자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 중이다. 이와 함께 본인이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하고, 이를 의료기관과 연결하는 시스템은 내주에 개통된다.

시범 사업 종료 후 다음달 4일까지는 한시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ㆍ‘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시범 사업 기간에 이미 의향서나 계획서를 작성한 사람이 임종기 환자가 되는 경우에는 법 시행 전이라도 연명 의료를 유보ㆍ중단할 수 있다.

정부는 의료계, 종교계를 포함하여 사회 각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려 사항을 반영해 다음달에 법 개정에 나선다.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는 말기ㆍ임종기 환자뿐 아니라 수개월 이내에 임종 과정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말기 환자 진단 후 호스피스 전문기관에서 지내는 환자에 대해서는 의사 2인이 아닌 1인이 임종기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개정 사항을 권고한 바 있다.

박미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죽음에 대해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 해당 법의 취지”라며 “어떻게 임종을 맞을지 고민이 들 때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가족과도 이 주제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해 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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