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한국 제약바이오, 글로벌 최대 IR무대 ‘한자리’ 꿰차다
뉴스종합| 2018-01-17 12:04
40개國·1만명 참여한 제약 행사
한미약품 등 국내 6개기업 초청
삼성바이오로직스 메인트랙 배정
2년 연속 본행사장서 기업설명회
해외투자자 개발단계 신약 관심
늘어난 일대일 미팅 ‘국제적 위상’


전 세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개발 파트너 물색 및 투자 유치를 위해 모이는 글로벌 제약업계 최대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과거 관람객 수준에 머물렀던 한국 기업들이 이젠 당당히 행사를 주도하는 주요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고 2015년 8조원의 대박 기술수출을 이뤄낸 한미약품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제약계 희소식이 나올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쇼핑몰’에 1만명 이상 몰려=지난 8~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글로벌 제약업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지난 1983년부터 시작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벤처투자사 함브렉트 & 퀴스트가 처음 행사를 시작한 이후 체이스, JP모건 등에 차례로 인수되면서 40여개국 15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제약바이오 분야 세계 최대 기업설명(IR) 행사로 성장했다. 36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450곳 이상 기업 및 기관에서 1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콘퍼런스에는 제약바이오 리딩 기업뿐만 아니라 급성장하고 있는 신생 기업은 물론 기술력을 가진 벤처사들이 대거 참여해 해외 투자자들과 빅파마 등을 상대로 자사의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선보인다. 현장에서 즉석 일대일 미팅 등이 이뤄지며 간혹 대형 투자 계약이 체결되기도 한다. 이에 미 경제지 ‘포브스’는 이 콘퍼런스를 ‘월스트리트의 쇼핑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은 이 콘퍼런스에서 지속형 당뇨 신약 후보물질인 ‘퀀텀프로젝트’를 소개했고 그 해 10월 사노피에 5조원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8조원의 대박 기술수출을 이뤄냈다. 이 때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이 콘퍼런스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졌다.


▶서정진, 김태한, 문은상 등 제약바이오 대표 총출동=이번 콘퍼런스에는 총 6개 국내 기업이 정식 초청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메인트랙에 배정받아 2년 연속 본 행사장에서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한미약품, 셀트리온, LG화학, SK바이오팜, 씨젠은 아시아트랙에서 각각 30분씩 기업 및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설명을 하고 관심을 보인 각국의 투자자들과 일대일 미팅 등을 진행했다. 이들 공식 초청기업들 말고도 유한양행, 녹십자, 동아에스티, 메디톡스, 신라젠 등 20여곳이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고 투자 미팅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콘퍼런스에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수장들이 대거 참석해 높아진 관심도를 증명했다. 지난 해에 이어 기업설명을 위해 연단에 선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해 4곳의 고객사와 6개 의약품의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며 “지금도 15개 이상 기업과 30개 이상의 제품 공급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이례적으로 서정진 회장이 직접 나서 주목을 받았다. 콘퍼런스 연단에 처음 선 서 회장은 상반기 내 해외 공장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제3공장을 해외에 짓는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램시마의 바이오베터 ‘램시마SC’, 인플루엔자 A 항체 신약 치료제 ‘CT-P27’ 등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기 상업화를 위해 임상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며 “바이오제약기업의 선도주자가 되기 위해 4차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는 의료기기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를 통해 신약개발 능력을 인정받은 한미약품도 올 해 권세창 사장이 직접 연단에 서서 한미약품의 R&D 전략을 직접 발표했다. 권 사장은 “현재 7개의 비만ㆍ당뇨 바이오신약과 12개의 항암신약, 1개의 면역질환 치료 신약, 3개의 희귀질환 치료 혁신신약 등 총 25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라며 “혁신신약 개발을 통한 한미의 ‘혁신’이 한국을 제약강국으로 이끄는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강수형 동아에스티 부회장, 문은상 신라젠 대표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대표들이 직접 콘퍼런스에 참석하며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손지웅 본부장은 LG화학의 글로벌 수준의 생산 시스템 운영을 경쟁력으로 내세웠고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내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수면장애치료제와 자체 개발 중인 뇌전증 신약의 임상 3상 진행 과정을 소개했다. 강수형 동아에스티 부회장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다국적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연구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펙사벡에 대한 해외 관련 투자자들에게 임상 진행 상황을 소개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콘퍼런스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설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자사가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높아진 위상…처음부터 글로벌 진출 염두=이번 콘퍼런스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예년보다 달라진 위상을 체감했다.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과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일대일 미팅도 전에 비해 많아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몇 년 간 콘퍼런스에 참가했던 회사 직원에 따르면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할 정도로 투자자들과의 미팅이 많았다”며 “확실히 과거와 달리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을뿐 아니라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내수 시장보단 초기부터 해외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이나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품 콘셉을 잡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글로벌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 가고 있는지 보러 가던 관람객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당당히 콘퍼런스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져선 안되는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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