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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코스닥 900선 등정의 그림자
뉴스종합| 2018-01-17 11:25
“몇배를 벌었다고 하는데, 귀가 솔깃 할수 밖에 없죠”. 요즘 주식 얘기가 나온다 싶은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셀트리온, 신라젠, 바이로메드 등 바이오주가 단연 화제다.

심지어 코스닥 지수라기 보다 ‘셀트리온 지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몇배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누구나 귀가 솔깃 할수 밖에 없다. 기업의 펀드멘탈(기초체력), 실적 등 자세한 설명도 필요없다. “더 오를 거야”라는 말 한마디가 분석을 대신한다.

코스닥 지수가 근 16년 만에 900선을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우려감이 교차한다. 수급이 바이오 특정 종목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여기에 최근 코스닥 시장 중심으로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코스닥지수가 90포인트 이상 상승했지만, 상장된 전체 1269개 종목 가운데 40% 이상은 오히려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쏠림현상으로 인한 지수 왜곡도 심각하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개사를 제외하면, 코스닥 지수는 여전히 750~760선이다. 신라젠과 바이로메드 등 다른 바이오주들을 포함할 경우 지수 하락폭은 더 크다. 셀트리온 3개사의 시총은 67조원로 코스닥 시가총액의 5분의 1를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900시대를 체감하는 투자자들이 많을리 없다.

바이오주 주가는 조정을 좀 받는다 싶으면 여지없이 매수세가 유입되며 다시 급등한다. 하락하다가도 수시로 급등세가 나오니,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둔감해진다. 종목의 가치 보다는 수급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투기적 심리’가 팽배해 지고 있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이들의 주가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단순이 수급이 수급을 부르는 양상이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만 매출이 100배가 더 큰 현대차를 뛰어넘어 42조원에 달한다. 매출 17조, 이익 1조 6000억원이 넘는 세계 12위의 180년 전통의 제약회사인 일본의 다케다제약과 비슷하다. 증권사 바이오담당 애널리스트조차도 관련해서 아무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논리가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바이오주 열풍은 대단히 투기적이고, 위험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에는 바이오주의 급등세가 당연시 되고 있다.

주가가 크게 올라가면, 처음엔 의심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타당해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거품이다. 아니다’ 논쟁이 붙지만, 너무 많이 올라버리면 그냥 믿어버리는 단계에 온다. 지금의 바이오주가 그렇다. 가상화폐 시장에 말 그대로 광풍이 불어닥친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2000년 IT버블 당시에도 닷컴 주가가 폭등해 투자자들이 걱정했을 것 같지만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는 그게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우려가 나온건 IT버블이 커지고, 주가가 폭락한 후 였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 시장 상승장을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더 우려스럽다.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는 12일 기준 5조937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 늘어났다. 반면 코스피 시장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만 해도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코스피 시장과 비슷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증가 폭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빚을 내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거래융자는 상승장에서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증시가 조정을 거치거나 하락하면 투자 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의지가 높고, 펀더멘탈이 과거대비 눈에 띄게 개선됐기 때문에 IT버블 시대와 같이 코스닥 시장 자체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손실은 개인의 몫이다.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시장에 접근한다면 오히려 ‘쪽박’이 될수도 있다.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은 주식투자자로 불리지, 주식투기꾼으로 불리지 않는다. 코스닥시장을 투자로 보지 않고 투기의 장으로 삼고 ‘폭탄 돌리기’ 게임을 벌인다면 결과는 참담할 뿐이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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