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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블록체인 혁명의 걸림돌, 정책과 제도
뉴스종합| 2018-01-17 11:27
초융합의 4차 산업혁명은 기술보다 제도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제도를 만드는 정책 당국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국가경쟁력의 필수 요소라는 의미다.

그런데 불행히도 한국은 기술이 번 것을 제도가 까먹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1.0을 추락시킨 제도의 걸림돌이 다시 인터넷2.0이라는 블록체인에서 반복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암호화폐 거래소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의 기술경쟁력은 세계 10위권이다. 제조업과 특허 등록은 전세계 톱5이고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 등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공통된 특징은 제도의 영향력이 적은 기술주도 분야라는 점이다.

한국의 제도경쟁력은 평가기관에 따라 다르나 대략 아프리카 평균 수준인 70위권으로 평가된다. 국내 서비스업, 규제 경쟁력, 특허활용 등 제도가 주도하는 분야 대부분은 OECD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에선 선진국이나 정책이나 제도에선 후진국이라는 것이 한국의 민낯이다.

한강의 기적에 이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인터넷1.0과 함께 다가왔다가 규제로 인해 추락한 과정을 복기해보자.

벤처기업협회 등 민간이 주도한 1차 벤처붐을 통해 한국은 일본에 앞서 일약 IT강국으로 부상하게 됐다. 2000년 한국의 벤처는 질과 양에서 세계 최고에 도달했고, 이스라엘과 중국이 벤치마킹해 갔다.

하지만 2001년 전세계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미국의 나스닥, 유럽의 노이어 마켓과 동일한 형태로 코스닥이 붕괴하게 되자 정부는 코스닥과 코스피 통합과 같은 4대 벤처 건전화정책의 칼을 빼 들면서 한국의 벤처빙하기가 시작됐다.

만약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없었다면 벤처의 매출액은 현재 300조의 두배는 넘어서 국가 성장과 일자리를 견인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적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새로운 인터넷1.0 경제를 이해하지 못한 정부 당국자들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제 또 하나의 판박이 규제가 인터넷2.0으로 일컫는 블록체인에서 등장하고 있다. 분산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은 인공지능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양대 견인차다. 인공지능이 혁신기반 성장을, 블록체인이 신뢰기반 분배를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1.0과 같은 중앙 허브가 있는 독과점 플랫폼이 블록체인 기반의 인터넷2.0에서는 분산화된 민주화구조로 재탄생할 것이다. 분산신뢰의 기술인 블록체인은 신뢰가 필요한 모든 영역을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화폐의 영역인 암호화폐이고, 대표적인 예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이다. 블록체인은 신뢰가 필요한 각종 공공문서, 각종 유통단계와 보안과 거래 등에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술을 학습하지 않고 미래 비전이 없는 정책 당국자가 현상의 문제를 바탕으로 대책만 강구하면 규제가성립한다. 인터넷1.0의 실패가 반복되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튤립과 바다이야기에 비유하고, 거래소를 폐쇄하고자 하는 발상은 한마디로 미래 기술에 대한 무지의 소치다.

문제 해결의 본질은 개별 기술논쟁과 제도논쟁이 아니다. 미래 기술에 대한 내공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고위 정책 책임자의 기술이해도 비율은 5% 미만이라고 한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과 일본에 뒤지는 이유는 바로 기술을 이해하는 정책 책임자의 부재에 있다.

물론 과열 현상에 대한 적정 규제는 필요하다. 복잡한 기술에 대한 규제는 이에 못지 않게 매우 정교해야 한다. 기술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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