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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법원행정처 '원세훈 재판 연락'…법조계 '당혹'
뉴스종합| 2018-01-22 22:19
법원 일각 “다른 건 몰라도 재판 관련 연락은 심각”

[헤럴드경제]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2015년 2월 항소심 판결을 놓고 당시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서로 연락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되면서 일선 법원과 검찰은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놓고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조사결과 내용 중에서 블랙리스트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법부중립성 문제로 직결되는 가장 심각한 사안이 아니냐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반응이다.

일선 판사들은 법원행정처의 컴퓨터에서 나온 문건 중에서 원 전 원장의 재판과 관련된 문건이 특히 예상 못 한 일이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법행정 사안이 아니라 법원의 재판을 현안으로 삼아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의사연락을 나눴다는 점에서다. 실제 재판부의 선고 결과에 영향을 미쳤든 아니든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일선 판사들에게서 나온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이 그(원세훈 관련) 부분에 대해 가장 놀라고있다”며 “법원행정처가 이렇게까지 청와대나 정치권에 신경을 쓰고, 쉽게 말해 ‘서비스’를 해줘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성토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이 원하는 입법이나 예산, 대외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판결에까지 이렇게 하는 건 문제”라며 “개인 법관의 명예가 아니라 법원 전체의 신뢰에 금이 가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판사는 “조사결과를 보고 행정처에 판사들이 근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행정처 심의관들이 일선에 복귀하면 알게 모르게 그런 분위기가 체화돼 본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법원에 있는 한 판사는 “설마 그렇게까지 했을까”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판사는 “정부에서도 관심이 많으니까 그냥 대응 차원으로 만든 문건이 아닐까 싶다”면서 “그게 아니라 진짜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면 법관 독립을 완전히 침해하는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검찰에서도 충격적인 사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검을 비롯해 일선 검찰청의 간부들은 이날 추가조사위의 발표문을 신속히 입수해 숙독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원 전 원장의 재판을 놓고 법원행정처와 연락을 했다는 건 사실상 재판 관여 정황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에 따라 향후 사태가 가져올 파장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실제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 후 사건이 문건에 언급된 우 전 수석의 요청대로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는 등 일련의 정황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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