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헤럴드건강포럼-고경수 상계백병원 진료부원장]인슐린은 약인가 독인가?
뉴스종합| 2018-02-09 11:35
다리 절단, 실명, 인공 투석, 인슐린, 바늘...

당뇨병 환자들이 막연한 걱정을 품고 있는 대표적인 합병증들이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진료 일선에서 가장 강조되는 혈당 조절의 중요성 또한 이러한 합병증 예방이 일차 목적이다.

먹는 약을 최대한 사용하여도 혈당조절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인슐린 치료를 권유할 경우 대부분 환자들은 거부감을 표시하는데,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통 현상이다. 아직까지는 인슐린을 본인이 직접 주사로 맞아야 하고, 자가혈당검사를 해야 하는 등 당뇨병 관리가 번거로워지는 면이 있지만, 이는 인슐린 치료를 통한 더욱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한 시기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선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치료는 더 이상 해줄게 없는 말기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법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다. 또한 인슐린은 한번 맞기 시작하면 계속 맞아야하므로 가능하면 사용을 늦추어야 한다는 것이란 오해도 많다.

인슐린은 주사로 사용하는 약물이지만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주사기가 아니라 아주 가늘고 짧은 주사침이 달린 것으로 교육을 통해 환자들이 직접 안전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인슐린을 사용하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식사요법이나, 운동, 먹는 약으로 더 이상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이다.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환자 체내의 혈당조절 능력이 점진적으로 감소함에 의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렇지만 환자 자신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한 부분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일정 부분은 환자의 책임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필요한 시기가 돼서 인슐린 치료가 시작되는 것이며 늦어지면 고혈당에 노출되어 생기는 합병증의 위험도 역시 그만큼 커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간이나 신장이 매우 좋지 않아 먹는 약들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경우도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여야 한다. 즉 당뇨병 외 다른 장기 기능이 좋지 않아서 인슐린을 사용하여야 하는 경우이지, 당뇨병 말기라서 사용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간이나 신장 기능이 회복된다면 먹는 약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인슐린이 새롭게 개발되고, 주사 방법의 편의성을 고려한 여러 가지 펜 형의 인슐린도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의 직업이나 생활패턴에 따른 혈당의 변화 등에 맞추어 인슐린과 먹는 약의 조합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이 때 치료 반응은 환자 개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치료를 유지할 지는 경과를 보아가면서 조절하여야 한다.

당뇨병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병원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주변 가까운 곳에 있는 환자가 가장 신뢰할 만한 의사와 함께 혈당을 포함한 본인의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진이 인슐린 사용을 권하였을 경우 주저 없이 왜 인슐린을 맞는 것이 좋은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문의하여야 하고 환자가 납득할만하면 인슐린 치료와 함께 더욱 적극적인 혈당 관리에 돌입하는 것만이 향후 발생 가능한 당뇨병 합병증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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