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현실화된 ‘최저임금의역설’, 변명으로 일관할 일인가
뉴스종합| 2018-02-12 11:41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오히려 실업을 부추기리란 우려가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실업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최저임금의 역설’이 가시화된 것이다. 1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15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2.2%(3만7000명) 증가했다. 고용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래로 최고치다.

최고 최저라는 통계적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한달에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30만개 아래로 떨어진지 벌써 몇 달째다. 1월 전체 취업자 수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불과 2.1%, 26만7000명 증가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절반을 훨씬 넘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얘기다. 더 걱정스러운 건 고용보험 가입자(취업자) 수가 8만7000 명 증가에 그쳤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잡아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거나,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만5000명 줄었다.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역시 201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반면 대기업 제조업체 가입자는 1만2000명 늘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이고 임금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데도 지표로 나타나는 모든 내용을 어떻게든 최저임금의 후폭풍이 아니라고 극구 항변하는 정부의 모습은 차라리 안타까울 지경이다. 고용노동부는 “설 연휴 기간이 포함된 지난해 1월과 달리 올해는 실업급여 신청 일수가 늘었고, 건설ㆍ조선ㆍ자동차 산업 침체 영향이 크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2015년과 2016년도 설은 2월이었다. 1월의 실업급여 신청일 수가 많았다. 그럼에도 실업급여 신청자수는 1000명 남짓 차이날 뿐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제조업의 암울한 고용실태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용부는 또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는 실업급여 액수와 수급 기간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신청자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오는 7월부터 지급되는 실업급여가 10% 오르고 지급 기간도 한달 늘어난다. 하지만 그걸 더 받겠다고 4만명 가까운 근로자들이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퇴직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납득하란 말인가.

문제가 드러나면 해결 방안을 찾아야지 변명으로 일관해선 안된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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