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개 선으로 완성한 색면…그 웅장한 공간으로의 초대
기사입력 2018-02-12 11:44 작게 크게
김현식 ‘빛이 메아리치다’ 개인전

회화라고 부르기 어색할 만큼 볼륨감이 느껴진다. 투명하고 매끈한 화면 아래 수 천, 수 만의 색선이 지나간다. 몇 겹을 겹친 색선은 마침내 하나의 면이 되어 웅장한 존재감을 뽐낸다. “스케일을 크기보다 깊이감으로 표현했다”는 김현식(53)작가의 설명이다.

레진(resin)으로 평면작업을 선보이는 김현식 작가가 8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김현식 개인전 ‘빛이 메아리치다’를 7일부터 개최한다. 전시엔 2016년 상하이 학고재 전시 이후 작업한 신작 46점이 소개됐다. 

김현식, 퍼시 더 컬러 연작 [제공=학고재갤러리]


김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 ‘어떻게 제작 했을까’ 하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도 굳이 그 질문을 피해가지 않았다. “어떻게 만들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시죠”라며 “투명한 캔버스 7~10개를 겹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고 말했다.

하얀 캔버스 위에 투명한 레진을 바르고, 이를 날카로운 송곳으로 긁어 홈을 낸다. 그 위에 물감을 칠하고 레진 표면을 닦아내면 홈이 파인 부분에만 물감이 남아 ‘색 선’처럼 보인다. 이 위에 다시 레진을 바르고 이 과정을 적게는 7번, 많게는 10번 반복하면 하얀 캔버스 바탕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색 선이 겹쳐지며 하나의 ‘색 면’이 탄생한다. 작품 하나 당 제작기간을 보통 1개월 정도다. 최소 5000번, 많게는 1만 번의 선이 지나가야 작품 하나가 탄생한다.

가만히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색 선들 사이 깊이감이 느껴진다. 고작 1센치~1.5센치의 두께인데도 그 깊이가 무한대로 느껴지는 건 작가의 말 대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가운데 놓인 ‘사이 공간’을 만날 수 있어서다. 색 선의 레이어를 눈으로 따라가다보면 거대한 색의 기둥 사이를 걸어다니는 듯한 느낌도 든다. 평면에서 입체적 공간을 경험하는 셈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미묘하게 변하는 건 또다른 즐거움이다.

전시장을 찾은 홍가이 문화예술비평가는 “김현식 작품에서는 정말 빛이 나온다”며 “빛 알갱이(광입자)들이 작품으로 들어갔다가 색 선에 닿아 반사되고 하는 모습을 광자(光子)의 율동이라고 봐도 좋겠다”고 평했다.

전시에는 영국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퍼시 더 컬러’ 연작과 ‘하프 오브 잇’ 연작 등이 선보인다. 원색을 기본으로 하는 밝고 쨍한 색면들이 경쾌하다. 느리게 오고 있는 봄을 미리 만나는 느낌이다. 전시는 3월 4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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