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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이것 만은] 가족싸움 날라…“설 밥상 ‘정치’ 이야기는 NO!”
뉴스종합| 2018-02-15 09:13
-가족 사이에서도 “정치 얘기 그만 해요”
-각종 정치 이슈에 젊은 층은 “잔소리도 힘든데”
-부모들도 ‘쓸데없는 싸움’ 생각에 말 아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유모(33ㆍ여) 씨는 설 연휴 전부터 친척들끼리 싸우는 모습에 질렸다고 호소했다. 문제의 발단은 삼촌이 가족 단톡방에 보낸 평창 올림픽 기사였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올림픽 기사인 것 같았지만, 알고 보니 북한 때문에 올림픽을 개최하며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내용의 이른바 ‘가짜뉴스’였다.

삼촌이 이어 정치적인 얘기를 쏟아냈고, 조카 셋은 모두 답장을 할 수 없었다. 유 씨는 “막내 고모가 삼촌을 가로막으며 ‘왜 조카들한테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화를 냈고, 결국 연휴 전부터 가족 싸움이 벌어졌다”며 “설 연휴 가족 분위기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설 연휴를 앞두고 가족들 사이에서는 ‘정치 함구령’이 내려졌다. 모처럼 온 가족이 고향에서 만나는 자리인데, 서로 다른 정치 성향 때문에 쓸데없는 갈등이 생기는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평창 올림픽을 두고 가족 간 이견이 있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 사이도 더 조심스러워졌다.

[헤럴드경제DB]

서울 송파구에 사는 조모(27ㆍ여) 씨도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러 가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경우다. 최근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통화할 때마다 “평창 올림픽을 보고 있는데 북한 선수들이 자꾸 보여 화가 난다”는 말을 들어 불편해한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 씨는 “안 그래도 고향에 내려가면 친척들이 ‘결혼은 언제 하느냐’, ‘남자친구는 있느냐’ 등의 얘기를 꺼내 짜증이 나는데, 이번에는 다 같이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북한 때문에 올림픽이 망한다’ 등의 얘기가 나올 것 같아 벌써 지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아예 설 연휴 고향에 내려가지 않겠다는 젊은 층도 다수다. 최근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959명 중 66.3%는 “설을 앞두고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35.3%는 아예 설 연휴에 친지모임 등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세 명 중 한 명은 오는 설 연휴에도 가족들과 모임을 피하겠다고 대답한 셈이다.

부모들도 설 명절 모임에서 나오는 정치 얘기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일산의 권모(56) 씨는 평소 아내와도 정치 의견이 달라 이번 설에는 아예 정치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모처럼 만나는 가족들과 얼굴을 붉혔다간 다음 명절 때 자식들이 아예 오지 않겠다고 말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권 씨는 “나이 든 사람은 보수, 젊은 사람은 진보라는 생각조차 편견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위를 보면 같은 세대 사이에서도 정치 의견 때문에 의 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식세대와 괜히 말싸움을 벌이느니 차라리 미리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고 말할 생각”이라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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