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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협·단체 '공동 성명서' 발표 "ICD-11 개정안 철회 촉구"
게임세상| 2018-02-19 15:58


국내 게임업계 협ㆍ단체들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 중인 '게임 장애(Gaming Disorder)' 등재를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는 2월 19일 WHO가 검토 중인 '게임 장애'의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안(ICD-11) 등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협ㆍ단체는 전 세계에서 온라인ㆍ모바일ㆍ콘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약 20억 명에 달하며, 일반적인 이용자보다 열정적으로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경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 '게임 장애'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 없으며,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실험 데이터에 기반한 근거와 대상이 될 구성원들의 모집 과정에 대한 타당성도 검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해당 협ㆍ단체는 과학적 엄밀성이 부족한 자의적 판단을 근거로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일반적인 이용자들이 '게임 장애' 질환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쓸 수 있는 만큼, WHO의 게임 질병화 시도에 대한 즉각적 철회를 촉구했다.

게임업계의 반발을 배제하더라도, WHO의 '게임 장애' 등재 시도는 여전히 의학계 내부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찬성 측에서는 ICD-11 등재로 인해 보다 많은 실증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정신 질환 진단에 널리 쓰이는 DSM 표준을 근거로 질병 등재 이전에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의학적 연구가 선행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난 1월 미국 게임산업협회(ESA)는 공식적으로 '게임 장애' 등재에 관한 반박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국내에서도 제 9대 회장으로 선임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강력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공동 성명서 역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글로벌 연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표됐다.
셧다운제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게임 장애' 등재는 한국 게임산업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5월로 예정된 ICD-11 개정안에 '게임 장애' 등재가 예고된 만큼, 어느 때보다 이와 관련한 열띈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비과학적인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하며,
ICD-11 개정안의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한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약 20억 명에 달한다. 게임 이용자들 중에는 더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도 '게임 장애'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 없다. WHO의 최근 움직임이 게임 장애와 관련된 과학적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 장애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실험을 통한 데이터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대상 그룹을 이루는 구성원이나 해당 그룹의 모집 과정이 타당한지도 검증해야 한다.

WHO의 ICD-11 초안은 게임 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여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행위의 패턴'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1)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2)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3)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 3가지를 장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진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정의와 진단기준으로 20억 명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과학적 엄밀성이 부족한 자의적 판단에 따라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게임 장애'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피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또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는 각 단체의 회원사를 대표해 WHO의 게임 질병화 시도를 단호하게 반대하며 즉각적 철회를 촉구한다.

각 단체는 앞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며, 타 국가 및 관련 산업계와의 연계를 통해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18년 2월 19일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
 
정우준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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