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병과 연애해 ‘상관 특별관리’ 받던 여군장교 자살…법원 “국가 배상해야”
뉴스종합| 2018-02-20 09:22
-퇴근 후, 휴가 기간에도 훈계 성관계 여부도 추궁
-법원, “대대장의 부당한 관리감독으로 女중위 자살”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사병과 교제했다는 이유로 상관의 과도한 관리ㆍ감독에 시달리다 자살한 여군의 유족에게 국가가 억대의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공현진 판사는 숨진 A중위의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는 1억 5000여 만원을 물어줘야 한다. 


육군 소대장이었던 A중위는 지난 2009년 8월 소대원 B씨와 연인 관계로 밝혀지면서 대대장의 ‘특별관리’를 받게 됐다. A중위의 행동은 ‘지휘관계에 있는 자들은 이성교제를 할 수 없다’는 육군 내부 규정을 어긴 것이었다.

대대장은 당시 A중위의 보직을 옮기고 B씨를 영창에 보냈다. 그런데 대대장은 이후에도 A중위를 면담이란 명목으로 수시로 불러 훈계하기 시작했다. 업무시간과 휴가 기간을 가리지 않았다. A중위를 따로 불러내 B씨와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를 캐묻기도 했다. 결국 A중위는 지난 2010년 3월 숙소 인근 야산에서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 숨졌다.

대대장은 A중위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ㆍ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육군은 A중위의 사망을 ‘자살’로 처리했다. 유족의 반발로 진행된 재조사에서 다수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대대장의 과도한 관여로 A중위가 숨졌다”는 의견을 냈지만, 육군 본부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대장의 부당한 관리감독으로 A중위가 목숨을 끊었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중위가 사병과 교제한 것은 군내 이성교제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어서 상관인 대대장이 이를 감독할 책임은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대대장의 과도한 관여가 A중위에게 장기간 주요 스트레스 요인이었다”며 “상관으로서 정당한 범위를 넘어 부당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중위가 군내 규칙을 어기며 사병과 교제해 대대장의 특별관리를 받게 된 점 등을 두루 고려해 국가의 배상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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