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GM 사태,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된다
뉴스종합| 2018-02-20 11:17
제너럴모터스(GM) 군산공장 폐쇄 사태가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미 GM측은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긴급 조치가 필요하며 GM 본사가 글로벌 신차 배정을 위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통보한 상태였다. 아직 명시적인 요구조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곧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이전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오늘날 한국 GM의 사태는 부실경영의 결과다. 한국GM은 지난 4년간 약 3조 원의 손실을 안았고 부채비율 3만%에 달한다. 매출액 대비 원가율이 무려 97%다. 중병도 이런 중병이 없다.

부실경영 해법의 출발점은 자구노력이다. 이게 선행되지 않고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당장의 고비만 넘긴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GM 노사다. 부실을 만든 당사자들의 뼈를 깎는 아픔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보여온 GM 노사의 모습에선 이같은 분위기를 전혀 읽을 수 없다.

GM 본사는 한국GM에 빌려준 자금 중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1조원 이상의 외화차입금 중 7220억원만, 그것도 고작 한달간 연장하고 4000억원은 회수해갔다. 불과 열흘 후 공장폐쇄를 발표할 상황에서 할 일이 아니다. 안그래도 한국GM에 의도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하고 막대한 이자를 챙겼다고 비난받는 GM 본사다. 실제로 한국GM은 2013∼2016년 GM 관계사에 연 5% 금리수준으로 4620억원의 이자를 지급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차입금 이자율의 2배를 넘는다. 부품을 비싼 가격에 들여와 반조립 차량으로 수출할 때는 원가 수준으로 싸게 팔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노조측도 하나 다를 바 없다. GM은 방만한 경영과 강성 노조로 망해본 적이 있는 기업이다. 트라우마가 있다.그런 곳에서도 노조는 해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적자에도 성과급을 타내며 악수를 두어왔다. 공장폐쇄를 당한 지금도 총파업만 외치고 있다. 투쟁 외엔 길을 보지 못한다.

GM 사태는 노사가 합심해서 자구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야한다. 한국 철수의지를 접고 오히려 대미 수출물량을 배정받아 안정된 생산을 하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예도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정부 지원의 전제로 한국GM의 장기적인 경영개선 투자계획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노사의 자구계획이 핵심임은 물론이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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