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프리즘]GM사태 해결, 정부 ‘팀플’ 없인 어렵다
뉴스종합| 2018-02-20 11:18
평창 동계올림픽에 감동만 있는 건 아니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다. 20일 오전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낯선 이름들이 떴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여자팀추월…. 수 천 개의 글이 달린 댓글창엔 비난 일색이었다. ‘팀추월인데 개인추월을 하고 있네’ ‘사상 최악의 동계올림픽 장면이었고, 추악한 스포츠가 돼 버렸다’….

그들은 ‘팀’이 아니었다. 3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호흡을 맞췄어야 했다. 그러나 특정 선수를 ‘왕따’시키는 수준으로 달렸다. 쇼트트랙에서 국가대표들이 보여준 일사불란함, ‘의성 마늘 소녀들’로 불리는 여자 컬링 국가대표의 컬링 정복기에서 느꼈던 ‘전율’의 핵심이 바로 ‘팀플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팀플’은 정부 안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한국GM사태를 처리하는 모습에서다. 노련한 미국 GM본사가 ‘군산공장 폐쇄 카드’를 꺼내들자 정부는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구심점이 어딘지 찾기 힘들었다. ‘주무부처는 산업부이고, 조율은 기재부가 한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는 말에선 책임질 일을 꺼려한다는 행간이 읽힌다.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을 보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감이 잘 안 집힌다. 산업과 금융 논리에 균형을 맞춘다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 논리로 보면 살려선 안 되는 기업이지만, 고용과 지역경제를 생각할 땐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 같다.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은 하되 피를 흘리게 해선 안 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미국 GM은 이미 일자리ㆍ지역경제가 정부의 아킬레스건임을 파악하고 있다. 당장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정부를 옥죄고 있다. 한국GM에 대한 산업은행의 실사가 결국 GM의 요구사항을 일부라도 들어주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한국GM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건 다행이다. 토론만 있고 결론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정부 분위기를 다잡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중심을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훈수를 두는 쪽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존재감을 키우기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당은 한국GM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GM노조와 간담회도 열었다. 또 한 야당이 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특별대책 긴급토론회’에선 산업은행이 국내 금융기관ㆍ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이끌어 펀드를 조성하고, 이 펀드가 GM본사에 출자해 GM본사 경영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로선 이렇게 봇물터지듯 나오는 각계의 요구와 처방전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국이 좀 어려운 상황에 몰려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GM군산공장 폐쇄왜 미국의 철강수입 규제안 등을 의식한 말이다. 관계 부처가 비장한 마음으로 대처방안 마련에 임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어려울수록 ‘팀플’이 중요하고, 정부의 실력도 거기서 드러나게 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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