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고객이 더 오래 쇼핑하도록…백화점 ‘미술관’이 자리잡다
뉴스종합| 2018-02-20 11:46
백화점이 문화예술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백화점 업계가 문화예술을 매개로 고객에게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여느 미술관이나 예술관 못잖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문화예술마케팅의 최전선에 있다. “물건만 파는 백화점이 아닌, 문화 커뮤니티로 거듭나야 한다”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의 주문에 따라 ‘아트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8개 점포에서 ‘갤러리 H’를 운영 중이다. 1년에 150여회의 크고 작은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백화점 방문 고객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품격있는 문화행사를 찾는 30~40대 가족단위 고객을 중심으로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에 위치해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세분화된 어린이 대상 미술 교육과 책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주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제공=현대백화점]

특히 판교점의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ㆍ모카)’은 주부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모카는 국내 최초로 책을 주제로 한 어린이 미술관이자,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첫 정부 공식 등록 미술관이다. 일반적인 백화점 갤러리와 달리 어린이 대상 미술 교육과 책 관련 프로그램을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미술관에 소장된 책만 5000권이 넘는다. 지난 13일 기준 누적 방문객 수는 43만명. 모카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전시는 겨울방학에만 1만5000여명이 찾았다.

모카와 연결된 5층 ‘하늘정원’의 회전목마도 아이를 동반한 고객에게는 필수 코스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회전목마를 이용하는 고객은 주중 500여명, 주말 2000여명이다. 고객들의 월평균 회전목마 방문횟수는 4.9회로, 백화점 월 평균 방문횟수(1.6회)보다 3배가량 많다. 또 회전목마를 이용한 고객의 일 평균 체류시간은 6시간 이상이다. 이는 판교점 평균 체류시간(2.6시간)보다 2배가량 길다.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마련하자 자연스럽게 집객 효과가 높아진 셈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문화예술마케팅 역사는 전통이 있다. 1966년 본점에 국내 백화점으로서는 최초로 상설전시장을 개관하며 미술 전문공간으로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현재는 대구신세계갤러리, 본관 아트월 갤러리 등 5개 점포에서 연간 50~60여회의 다양한 전시와 아트 이벤트를 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본관을 리뉴얼하며 5층에 있는 옥상 공원 ‘트리니티 가든’을 뉴욕현대미술관(MOMA) 조각공원처럼 바꿨다. 제프 쿤스, 알렉산더 칼더, 루이스 부르주아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백화점이 단순히 쇼핑을 하는 공간이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한층 진화시켰다.

롯데백화점은 총 10개 점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대형 화랑이나 미술관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유명 화가들의 전시를 개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잠실점 에비뉴엘아트홀에서 홍지윤 작가의 개인전을, 영등포점에서는 김충재, 이덕형 작가의 ‘충재X덕형 프롬 더 벡터’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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