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황금빛 거품’의 유혹…홈카페, 일상이 되다
뉴스종합| 2018-02-20 11:45
커피머신 이용자 3년새 12.2% 급증
SNS 카페 통해 추출 노하우 공유도
홈카페, 라이프 스타일의 한 축으로


#1. 직장인 김소현 씨는 3년전 홈카페족이 됐다. 당시 나름의 거금(130여만원)을 주고 B사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였다. 이후 집안에서는 늘 향긋한 커피향이 난다. 김 씨는 “다양하고 신선한 원두를 맛보고 싶어서 구입했다”며 “20만~30만원대 제품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커피 공부를 하며 즐기려고 큰맘먹고 투자했다”고 했다. 홈카페족이 돼 단순히 커피값을 아끼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 씨는 “오히려 스페셜티, 산지별ㆍ로스팅별로 다양한 원두를 공수해 마시면서 커피에 쓰는 돈이 더 늘었다”며 “대신 소소한 힐링 효과를 얻고 있다”고 했다.

#2. 신혼부부인 심원철, 정혜영 씨도 얼마 전 캡슐커피 머신을 들였다. 두 사람은 “커피머신은 신혼부부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며 “주말마다 브런치 메뉴를 즐기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껴볼 요량”이라고 했다. 


이들처럼 집안에서도 커피를 본격적으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홈카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달 동안 커피를 마신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커피전문점 및 홈카페’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커피에 대한 입맛이 점점 고급스럽게 변해가고 있다’는 답은 44.3%였다. 2014년 같은 질문의 답 40.3%에서 증가한 것이다. 집에서 믹스커피(2014년 73.7%→2017년 66.2%)는 덜 마시고, 커피머신을 이용(2014년 35%→2017년 47.2%)하는 소비자도 급증하는 등 홈카페는 라이프 스타일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다보니 고가의 커피머신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호주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레빌(Breville) 수입사 HLI에 따르면 2013년 315대에 불과했던 반자동 커피 머신 판매량은 2014년 445대, 2015년 794대로 늘었고 2016년에는 1000대를 돌파했다. 지난해는 2배 이상 늘어난 2113대가 팔려나가 4년만에 571%에 이르는 성장률을 보였다. 대당 100만~200만원대라는 가격대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대당 500만원을 호가하는 스위스 전자동커피머신 유라(JURA)의 판매량도 2016년 626대에서 지난해 671대로 7% 가량 늘었다. 전자동 머신은 원두의 분쇄부터 추출까지 자동으로 이뤄져 작동 전에 원두 분쇄굵기, 원두 투입량, 물의 온도 등을 셋팅해 두면 늘 같은 커피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아쉽고 커피머신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한 캡슐커피 시장도 성장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캡슐커피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2016년에는 132억원으로 32% 가량 성장했다. 국내 캡슐 커피시장은 네슬레의 캡슐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와 ‘네스카페 돌체구스토’가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며 이끌고 있다. 네스카페 돌체구스토는 2010년 국내 론칭 후 6년 만인 2016년 11월 업계 최초로 캡슐커피머신 100만대를 판매,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네스프레소는 최근 기존 고압 추출 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추출법을 도입한 제품 ‘버츄오’를 출시하며 2세대 캡슐커피를 예고했다. 업계 최초의 센트리퓨전(최대 7000RPM의 초고속 회전) 방식으로 기존 제품보다 풍성한 크레마(에스프레소 원액 위의 황금빛 거품)와 묵직한 바디감을 완성한다.

네이버 카페 ‘홈바리스타 클럽’에는 3만10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나만의 홈카페 이야기’를 메뉴를 통해 각자의 커피 추출 노하우와 각종 정보를 공유하며 친목을 다진다.

이같은 홈카페 열풍은 단순한 커피 사랑 뿐 아니라 사회트렌드인 ‘취향의 심화’, ‘케렌시아’(Querenciaㆍ안식처)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한 트렌드 전문가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독자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트렌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침범을 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면서 주거공간에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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