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윤택 공개 사과후…‘뿔난’ 연극계 대책 마련 나선다
라이프| 2018-02-20 16:51
연극인들 자발적 모임 결성…법적조치ㆍ연극계 자성 촉구
문체부, 현장 목소리 반영 대책 추진…대응지침 개발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연극연출가이자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인 이윤택이 19일 자신의 성추행파문에 대해 공개사과 했지만, 오히려 논란은 커지는 모양새다.

이 전 감독은 19일 서울 종로구 30 스튜디오에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는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하지는 않았다”며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더불어 “SNS에 올라온 글 중엔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 이 부분을 여기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사실과 진실을 밝혀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기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자신의 성추행 파문에 관해 공개 사과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감독의 이같은 발언 이후 추가폭로가 이어졌다. 성폭행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과거 연희단거리패 소속 배우였던 김지현씨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윤택 선생님의 기자회견장에 갔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 것이라고. 그래서 제가 받은 상처도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에서 갔던 것 같았다. 그러나 전혀 변함이 없었다”며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에 나는 기자회견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분노를 토로했다.

그는 “혼자 안마를 할 때 성폭행을 당했다. 2005년 임신을 했고, 낙태했다”며 “낙태 사실을 안 이 전 감독이 200만 원을 건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성폭행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러하자 피해자들의 후속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 전 감독의 사과가 진정성 있다고 보기 힘들고, 피해자들의 실질적 법적 조치를 비롯 연극계 전체의 자성을 촉구하려는 것이다.

가장 선두에 서 있는건 피해자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연극인들을 대상으로하는 이 모임은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구 극단 고래 연습실에 모여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주 첫 모임에 참가했던 설유진 극단 907 대표는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겪은 피해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믿을 수 있는 창구가 없다. 법적 절차를 밟고자 하더라도 혼자 삭히거나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개인이 무작정 덤볐다 명예훼손 명목으로 역으로 당하기도 한다”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미투(me tooㆍ나도 말한다)’를 독려하는데 그치지 않고 연극계에 만연한 폐쇄적 권력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들, 특히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성폭력인가 되짚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는 20일 문화예술계의 특성과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성희롱ㆍ성추행 예방ㆍ근절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7년 실시한 문학ㆍ미술 분야와 영화계를 대상으로 한 시범 실태조사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주요 분야별 신고ㆍ상담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또한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문화예술, 영화계, 출판, 대중문화산업 및 체육 등 전분야를 대상한다.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성희롱ㆍ성추행 예방ㆍ대응 지침(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예방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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