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6주 이상 가려워 잠도 못 잘 정도면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의심
라이프| 2018-02-21 09:43
-국내 인구 10% 넘는 560만명이 환자…가려움증ㆍ작열감 겪어
-미용상 문제로 우울ㆍ불안ㆍ대인기피증 나타나 삶의 질 떨어져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회사원 박모(45) 씨는 2년째 반복되는 두드러기로 고통받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초부터 극심한 가려움증에 며칠째 잠을 제대로 못 이뤄 불면증, 우울증, 의욕 저하에 시달렸다. 이 같은 증상은 만성 피로로 이어져 가려움증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원인을 알 수 없어 식습관을 고쳐 보고, 한의원을 전전했지만 몇 달째 차도가 없었다. 그러다 그는 지난해 중반 찾았던 병원에서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라는 다소 생소한 자신의 병명을 들었다.

두드러기는 흔히 음식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질환은 가려움증 등 증상으로 인한 고통이 매우 크고, 수년간 삶의 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환자는 물론 주변의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두드러기는 흔히 음식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6주 이상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헤럴드경제DB]

▶국내 환자 약 560만명 추산=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원인 불명의 가려움증과 두드러기가 6주 이상 거의 매일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피부 면역 질환이다. 의학계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 코드가 없어 아직 정확한 국내 유병률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0.5~5%에서 발생하며, 연간 약 1.4%의 발생률을 보이는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0~2014년) 국민건강보험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는 약 560만명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인구(5177만여 명ㆍ올해 1월 기준)의 10%를 넘는다. 사회 활동이 활발한 20~40대에서 주로 나타나며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 이상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발생 부위에 가려움증, 타는 듯한 작열감, 혈관 부종이 동반된다. 노주영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일반적인 두드러기와 달리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가려움과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부종성 팽진을 주 증상으로 한다”며 “갑자기 발생하는 심부 진피층이나 피하 조직 또는 점막의 혈관 부종을 동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만성 두드러기 환자 중 약 30%가 혈관 부종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만성 두드러기는 신체 부위 어디서나 발생 가능하며, 혈관 부종은 주로 얼굴, 혀, 생식기, 손발에서 발생할 수 있다

노 교수는 “일반 급성 두드러기는 보통 식품, 약물, 감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며 해당 원인이 소실되면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며 “급격한 기온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한랭 두드러기도 원인인 온도를 잘 조절하면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6주 이상 거의 매일 나타나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고 그 경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예상되는 다양한 원인을 제거해도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내외 온도차 큰 겨울에 증상 악화될 수도”=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의 평균 유병 기간는 3.76년으로, 환자는 통상 1~5년을 이 병으로 고생하게 된다. 이 기간 질병에 따른 삶의 질 저하도 심각하다. 국내 연구진의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 관련 조사를 보면 환자들은 ▷예측 불가능한 증상 발생ㆍ악화 ▷통증, 가려움증 등으로 인한 수면장애 ▷치료제에 대한 이상 반응 ▷두드러기로 인한 미용상 문제 ▷심한 가려움증을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브라질 연구진의 설문 조사에서도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은 건선, 아토피, 기저세포암(피부암), 나병 환자보다 더 심각히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야간에 가려움증이 악화돼 수면 부족으로 고통받는 것은 물론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증상을 진정하는 효과가 있는 항히스타민제를 야간에 사용할 경우,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로 인해 촉발된 신체적ㆍ정신적 만성 피로는 생산성ㆍ성과 저하로 이어져 학업ㆍ업무에 악영향을 미친다. 역시 브라질 연구진이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 50명을 연구한 결과 환자 중 58%가 직장이나 학교를 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교수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유병 기간이 길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발병 원인조차 불확실해 환자에게 큰 불안감을 유발하는 질환”이라며 “두드러기에서 오는 가려움증으로 인한 고통이 상당해 심각한 수면장애를 겪거나 학업, 생계 활동에 지장을 받아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처럼 실내외 온도 차가 큰 겨울에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6주 이상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면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를 의심해 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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