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앞날 뻔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정책
뉴스종합| 2018-02-21 11:50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의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평가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안전성 항목의 비중은 현재 20%에서 50%로 높아지고 주거환경과 시설노후도 비중은 각각 현행 40%,30%에서 15%,25%로 낮아진다. 앞으로는 단순히 살기 불편한 수준을 넘어 구조적으로 안전에 큰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재건축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물론 주거환경 항목에서 ‘과락’ 수준인 E를 받게 되면 다른 평가항목과 상관없이 바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 심지어 안전진단 판정 결과 중 ‘조건부 재건축’ 마저도 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현재 30년인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으로 높이는 방안만 빠졌을 뿐이다. 말로는 ‘정상화 방안’이지만 실제로는 ‘원천 봉쇄 방안’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말할 것도 없이 서울 강남 아파트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안그래도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초과이익 환수제가 눈 앞에 와 있고 분양가 상한제도 검토중이다. 이제 강남 재건축에는 3중, 4중의 족쇄가 채워지는 셈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유독 풍선효과가 분명하다.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고, 그것까지 막는다 해도 누르는 힘이 빠지면 반드시 솟아 오른다. 그래서 이번 조치 역시 대표적인 대증요법 정책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경험이 있다. 불과 10여년 전이다. 지난 2006년 노무현정부도 재건축아파트의 구조안전성 평가항목 기준을 50%로 높이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시행했다. 규제로 꽁꽁 묶었지만 집값은 잡지 못했다. 그 이후 보수 정권의 재건축 규제 완화는 경기부양책 활용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압력을 받아들인 측면도 없지않다.

지금은 냉탕이지만 결국은 온탕으로 또 간다. 그에 앞서 규제가 별로 없는 재개발 등으로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 이후엔 강남의 아파트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순서다. 초과이익 환수제의 부담이 남아있지만 압구정과 은마를 비롯해 이미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강남 아파트들은 희소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강남 집값 문제는 고급수요로 인해 생긴다. 강남의 새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교육을 비롯한 생활여건은 물론이고 건설사들의 첨단 기술 경연장이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낮은 아파트에선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똑똑한 아파트 한 채’도 그래서 나온 말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공급억제는 하책 중 하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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