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장연주의 현장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이 와닿는 이유
뉴스종합| 2018-02-21 11:38
“그 동안의 저출산 대책은 모두 실패했다. 저출산 대응이라는 말도 쓰지 않겠다. 서울시는 더 이상 저출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일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서울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서울시는 이날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겠다”며 향후 5년 간 2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골자는 두가지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층에게 주거비 부담과 보육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아이를 키우며 ‘독박육아’라는 말을 달고 사는 기자에게 매우 와 닿는 이야기이다. 그 동안의 저출산 대책과는 달리 포괄적이고 종합적이라는 느낌 마저 든다.

서울시는 각종 조사결과를 분석해 이번 대책을 내놓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5~40세 서울여성의 37%가 비혼(非婚)이다. 또 자녀 양육의 75%를 여성이 책임지고 있으며, 일 평균 가사시간이 남성은 19분인데 비해 여성은 무려 140분에 달한다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조사결과도 있다. 출산계획이 없는 사유에 대한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20대의 52.1%와 30대의 37.3%가 각각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우리나라 국민의 희망 자녀수는 2.26명이지만,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94명에 불과한 이유인 셈이다.

매년 서울의 신혼부부는 5만 가구인데, 이 가운데 1만7000가구가 현재의 임차보증금으로 서울의 중위 전세가격(2억7000만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매년 1만7000가구씩 5년 간 총 8만5000가구를 신혼부부 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신혼부부용 주택은 현재 공공임대 연 평균 1162호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부터 2022년까지는 공공임대 7196호와 공공지원 9796호 등 연 평균 1만7000가구가 신혼부부용으로 마련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현재보다 10배 이상 많아지는 셈이다.

보육 공백 해소 정책도 환영할 만하다.

현재 2700명 수준인 아이돌보미를 올해 1200명 늘리고, 2022년까지 1만명으로 늘려 등ㆍ하원 등 보육 공백을 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우리동네 열린육아방’을 올해 27개소에서 2022년까지 450개소로 늘린다. 열린육아방에서는 우리동네 보육반장이 배치돼, 아이돌보미 매칭과 일시돌봄서비스, 공동육아 지원 등에 참여한다. 현재 140명인 보육반장은 2022년에는 450명으로 늘어난다. 또 초등학생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우리동네 키움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도서관을 비롯한 유휴공간을 활용해 키움 코디네이터 4명이 상주한다. 올해 25개소에서 2022년에는 125개소로 늘린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재 1274개인 국공립 어린이집이 2020년에는 193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아동 2명 중 1명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하게 된다.

다만, 아이돌보미의 급여가 낮아 이탈하는 경우가 많고 등ㆍ하원 시간대에는 정작 아이돌보미를 구하기 힘든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낼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설명은 들어 있지 않다. 또 아직은 낯선 열린육아방이나 키움센터 정착방안도 궁금하다.

근본적으로 아쉬운 점은 맞벌이 부부들의 시간 문제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이 바라는 일가정양립정책 1위는 보육지원 확대, 2위는 초과근무시간 단축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장시간 돌봐주는 장치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정책이다.

어찌됐건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겠다”는 서울시 대책은 그 방향이 맞다고 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선거를 앞둔 ‘생색내기 대책’에 그치지 않고, 진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는 정책으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사회섹션 차장/yeonjo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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