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직장신공]복수는 나의 것?
뉴스종합| 2018-02-22 11:41
‘창업 멤버로 회사에서 18년간 일한 임원입니다. 매출 2천억이 되었는데 노사분규가 일어나서 4주 파업하고 노조 안을 수용하며 타결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협상대표이다 보니 분규에서 진 오너가 안 좋게 보아서 연수원 교수로 발령을 냈습니다. 본사를 사직한 뒤, 고액 강사료로 충당해준다고 해서 연봉을 반으로 깎고 연수원과 재계약했는데 막상 강의 배정을 안 해줍니다. 계약서에 강좌 수를 약정하지 않은 게 실수였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분의 더 큰 큰 실수는 정세를 잘못 읽은 것이다. 즉 이분에게 연수원 교수로 가라고 한 것은 후진을 양성하라는 뜻이 아니라 나가라는 신호였는데 그런 낌새를 까마득히 몰랐다. 그 이유는 오너를 믿었기 때문일 것이며 오너를 믿은 이유는 전장을 같이 누빈 창업 멤버였기 때문인데, 나라가 세워지면 將帥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두 번째 실수는 이분 말대로 근로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않은 것이다. 연봉의 나머지 반을 채우려면 얼마짜리 강좌 몇 개를 해야 되는지 계산해서 계약서에 명시했어야 하는데 오너의 말만 믿은 것이다. 물론 오너는 처음부터 이분이 그런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수를 썼을 것이다. 연수원 교수라고 하면서 강의가 없으면 소득이 문제가 아니라 부하들 보기에 창피한 일인데 어찌 견딜 것인가? 오너가 노린 점이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본인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필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나왔다.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 법이다. 창업 멤버로 열심히 일한 사람을, 망신 줘서 나가게 만드는 비열한 회사에 무슨 미련을 두겠는가? 원통하다고 가슴을 치지도 말라. ‘天網이 恢恢하여도 疎而不漏니라’는 말이 있듯이 그런 회사는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끝이 좋지 않을 것이다.

곤경에 처한 창업 공신이여!! 울화가 치밀겠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이제라도 사람대접하는 곳을 찾아 가거나 변신의 기회로 삼으라. 혹여나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애면글면하면서 비통하게 살지 말라. 이 보란 듯이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김용전 (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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