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북미간 회동 불발 아쉽지만 대화 온기는 이어가야
뉴스종합| 2018-02-22 11:42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만나는 북ㆍ미간 고위급 회담이 성사 직전 무산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당초 이들은 청와대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다음날인 10일 청와대에서 자리를 같이 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회동을 불과 2시간 앞두고 북측이 갑자기 취소를 통보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 이를 보도했고, 펜스부통령측과 미 국무부가 이를 확인해 사실로 드러났다.

북미간 부통령급의 고위급 접촉이 불발된 건 매우 아쉽다. 예정대로 회동이 이뤄졌다해도 북한 핵문제가 일거에 해소되는 건 아니지만 물꼬를 트고 한반도 긴장 완화에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대화의 문이 열리면 어떤 형태로든 이후 진행은 속도가 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간 대화의 여지를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다. 더욱이 우리가 중재자였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비록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낸 것은 명확히 입증됐다. 이른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힘이 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우리 정부의 구상에 미국이 우호적 입장이라는 의미다.

특히 북한이 우리의 북미대화 주선에 적극성을 보였다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펜스 부통령과의 격을 맞추기 위해 북한이 사실상 2인자인 김여정을 급거 올림픽 대표단에 끼워 특사 형식으로 남쪽에 보낸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미국 역시 펜스 부통령이 방한 중 북한 대표단을 외면하고 대북발언 수위를 높였지만 적어도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북한이 막판에 판을 깬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떻게든 북한과 미국간 대화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 그게 궁극적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길이다. 대화의 온기를 이어가는 게 문재인 정부의 당면 과제인 셈이다.

가깝게는 평창올림픽 폐막식이 그 무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참석하는 미국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상임고문이다. 다시한번 외교력을 동원한다면 북미간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미뤄졌던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방위체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조치지만 북한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서두를 일은 아니라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물이 들어올 때 배를 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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