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중국에 없는 규제가 한국의 미래를 좀먹는다
뉴스종합| 2018-02-22 11:42
자율을 맹신할 수 없다고 이것 저것 규제를 들이댈 순 없다. 자식 키우는 부모들은 다 안다. 기상시간, 귀가시간 통제하고, 목이 터져라 ‘공부하라’ 외친들 자식을 서울대에 보낼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잠자고 나면 하나씩 규제가 늘어나는 탓에 시장이 노이로제를 호소하고 있다. 말로만 규제혁신 한다 하고 정부와 국회는 시장에 족쇄를 채우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규제가 많은 ’규제 왕국‘이 돼 버렸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기업법안 1000여건 가운데 690건이 규제 법안이라고 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규제에는 명분과 목적이 분명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뚜렷하지 않은 게 허다하다. 시야를 좁혀 자본시장을 들여다 보자. 투자자 보호와 이익에 반하는 규제가 난무한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지난해 애매한 규제로 인해 뒤늦게 징계를 받았다. 이 회사는 에이오엔비지엔(AON BGN)이라는 구조조정전문기업의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인수거래에 4000억원을 투자한 뒤 이중 2500억원을 투자상품으로 만들어 국내 개인고객 및 기관투자가에게 제공했다. 위험부담없이 투자자들에게 연 4.5%의 고수익을 안겨줬지만 그러고도 과징금까지 물었다. 문제는 우리 금융당국이 전세계 어느 곳에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49인 사모(私募) 규제’를 고수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이 규제로 인해 다수의 개인투자자는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잃고 있다. 1000억원을 모집해야 하는 상품이 있다 치자. 현재 규정대로라면 이를 사모 방식으로 모집하려면 1인당 최소 20억4000여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투자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모로 자금을 모집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나올 법 한데, 시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단언한다. 공모의 경우 당국의 심사와 투자물건 가치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투자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유를 들자면 공모방식은 연초에 사야 대박 날 주식을 2,3월에 살 수 있게 끔 해, 선택하기 곤란하다는 거다.

금융회사가 자기계열 자산운용회사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일정 비율 이상 못 팔도록 한 규제 역시 실소를 자아낼 만하다. 금융서비스의 본질을 훼손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회사는 자기계열 여부를 따지기 전에 좋은 펀드를 고객에게 자유롭게 판매할 권리가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로열티를 쌓을 책임과 권리 역시 있다. 펀드 판매사가 운용성과가 미흡한 계열사 펀드를 팔아 고객에게 손실을 입힌다면 당해 판매사는 고객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하루 24시간 언제라도 펀드 운용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자산운용회사는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사보다 뛰어난 운용성과의 펀드 하나쯤은 만들려고 혈안인 거다. 이 규제는 펀드 판매회사의 역선택을 강요하는 아주 질 나쁜 간섭 행위다.

자본시장의 선진화는 정부나 국회의 간섭과 통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이제 꼬박꼬박 월급과 세비를 챙겨주는 국민한테 밥값 좀 했으면 좋겠다. 말로만 외치지 말고, 지금의 규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머리 싸매고 고민해줬으면 한다. 그것이 국가의 미래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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