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단독] 인헌고, 서울 첫 ‘상벌점제 폐지’ 확정
뉴스종합| 2018-02-23 08:31
-22일 학운위, 생활자치규정 개정안 통과
-칭찬ㆍ성장 쪽지 도입, 휴대폰 소지도 원칙 허용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서울 인헌고등학교(교장 이혜련)가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상벌점제’를 폐지했다.

인헌고 학교운영위원회는 지난 22일 오후 임시회의를 열고 기존의 상벌점제를 폐지하는 대신 칭찬쪽지와 성장쪽지, 그리고 성장교실 등을 도입해 학교 질서를 유지하는 내용이 담긴 ‘생활자치규정 개정안’과 ‘상호존중 교육활동을 위한 특별규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인헌고등학교 교정.[출처=인헌고 누리집]

이로써 인헌고는 지난 2010년 학교 체벌이 금지되면서 각급 학교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상벌점제를 서울 지역에 위치한 학교로는 처음으로 폐지하게 됐다. 서울 초ㆍ중ㆍ고교 가운데 상벌점제를 도입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의 67%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선 인헌고가 처음으로 상벌점제를 폐지했지만, 지난 2014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제일 먼저 폐지하는 등 경남교육청, 강원교육청 등으로 점차 상벌점제 폐지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해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을 마련하고 상벌점제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상벌점제의 경우 무너지는 교권을 지키고 학교 생활 질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상점ㆍ벌점 기준의 모호성, 낙인효과 등의 부작용으로 폐지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인헌고가 상벌점제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키로 한 칭찬쪽지, 성장쪽지 그리고 성장교실과 같은 것도 상벌점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한편, 학교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호존중의 교육활동을 위한 특별규정안에 따르면 ▷항상 인사를 잘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교사나 친구를 대하며 공동체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행위 ▷모범적인 수업준비, 태도, 발표 등을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다고 교사가 판단한 행위 ▷학급내 자치문화 형성에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칭찬쪽지’를 발급한다.

반면 수업 중 배움과 무관한 잡담을 지속적으로 하는 행위 ▷교사의 지도나 권고에 대항하며 불손하게 대하거나 불응하는 행위 ▷친구들에게 장난 욕설로 상처를 주며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성장쪽지’를 발급하게 된다.

성장쪽지는 교육활동 방해와 관련한 행위와 함께 교사와 학생의 서명이 기재되며, 성장쪽지를 3회 이상 발급받은 학생의 경우 ‘성장교실’에 참여해야 한다. 성장교실에서는 전문 상담강사와 상담, 담임교사와 학부모 협의를 통한 학생 학교생활 지원, 교내봉사와 같은 징계를 통해 교육활동 방해 행위에 대해 학생 스스로 성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된다.

학운위를 통과한 생활자치규정 개정안에는 휴대폰 소지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주목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학생은 수업 시간을 비롯한 교육활동 중에 교사의 허락 없이 휴대전화 등의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교사는 전자기기를 압수해 지도할 수 있고 방과후 돌려준다는 내용을 담아 수업방해 등에 대한 우려를 줄였다.

인헌고 김경태 생활지도부장은 “휴대폰을 수업 전에 수거하더라도 내지 않거나 공기계를 내고 자신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학생도 있다”며,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학생들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휴대폰 사용 규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pdj24@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