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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팀 킴ㆍ영미ㆍ안경선배…여자컬링팀의 ‘컬링 동화’, 은빛으로 마무리
엔터테인먼트| 2018-02-25 12:39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의성여고 방과 후 특기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한 (김)영미와 영미 친구(김은정), 영미 동생(김경애), 영미 동생 친구(김선영),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영미 동료(김초희)가 만들어낸 거짓말 같은 ‘컬링 동화’가 25일 막을 내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이 오르던 순간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팀 킴(Team Kim)’은 이날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썼다.

김은정 스킵이 이끄는 여자컬링 대표팀(세계랭킹 8위)은 이날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5위 스웨덴(스킵 안나 하셀보리)을 만나 진검승부를 했지만 아쉽게 3-8로 패했다.

은메달이 확정되자 여자대표팀은 둥글게 어깨동무를 하며 그 동안의 노고를 서로 격려했다. 이후 관중석으로 다가가 일렬로 선 뒤 박수로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전했다. 첫 메달의 기쁨, 패배의 아쉬움, 후련함 등 수많은 만감이 교차한 듯 선수들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있었다.

숙적 일본을 8-7로 누르고 이날 결승에서 또 다시 스웨덴을 만난 대표팀은 지난 예선과 달리 이번에는 스웨덴의 치밀하고 정확한 플레이에 가로막히며 2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로써 스웨덴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가져갔다.

비록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팀 킴의 행보는 그야말로 ‘신화’에 가깝다. 지난 2006년 경북 의성에 ‘의성 컬링센터’가 들어서기 전까지 컬링전용경기장이라곤 단 한 곳도 없는 척박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지원도, 응원도 없이, 한국 컬링 역사상 첫 올림픽 2위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1980년대 씨 뿌려진 한국 컬링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었으며, 아시아 국가 전체로 봐도 올림픽 첫 결승 진출이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었지만 오로지 자신들의 손에 컬링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사명감으로 스톤을 굴렸다. 여자대표팀 김민정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우리는 컬링 역사를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 책임감을 느끼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컬링 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손인사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 여자컬링이 남긴 건 기록과 메달만이 아니었다.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이야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숱한 화제를 모았고, 수많은 패러디까지 양산하며 전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스킵 김은정이 스톤을 던진 뒤 스위핑 방향과 속도를 지시하면서 외쳤던 김영미의 이름, ‘영미’는 평창올림픽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억양과 톤에 따른 ‘영미 단어 설명서’가 큰 인기를 끌었다. 김은정의 어머니 이름도 ‘김영미’ 씨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안경을 쓰고 매 경기에 임했던 김은정은 ‘안경 선배’라는 별명도 얻었다. 1990년대를 아울렀던 인기 만화 ‘슬램덩크’의 안경 선배(권준호)와 닮았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미국 USA투데이는 안경을 쓰고 빙판 위를 호령하는 김은정의 모습이 정체를 숨기려고 안경을 쓰는 슈퍼맨과 비슷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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