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청렴문화의 정착을 위한 조건
기사입력 2018-02-26 11:24 작게 크게

술 잘 먹고 적당히 놀 줄 알고, 받은 만큼 적당히 ‘떡고물’ 챙겨주는 유형의 사람들이 유능하다고 인정받았다. 권력과 완력을 근거로 남성이 여성을 희롱하거나 추행을 하더라도 ‘관행’과 ‘풍습’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됐다. 경제적, 정치적 관계에 의거한 ‘갑질’에 의해 ‘을’이 신음해도 ‘의례 세상은 물고 물리는 갑을의 관계이니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 버리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정의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2016년 제정된 ‘청탁금지법’이 공직사회의 반 부패 문화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적 법적 틀을 갖추는 계기를 만들었다. 필자는 지금의 일들이 경제개발과정에서 잊고 지내던 청렴과 정의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문화국가로서품격을 갖추게 되기를 희망한다.

필자가 속한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청렴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윤리강령제정과 교육을 통한 조직내 청렴인식을 확산하고 모의시험(업무 관련자로부터의 선물을 직원에게 보내고 적절한 행동을 하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치루기도 한다. 또한, 청렴을 위한 노력이 단순히 선물을 안 받고 밥 안 먹기에 그치지 않도록 고객이 납득하고 만족하는 일처리가 바로 청렴한 일처리라는 의식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수출기업과 식사를 하고 자신의 밥값을 따로 내며 외국손님이 오는 경우에도 더치페이가 일반적인 관행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외국 기업에는 다이내믹한 한국 스타일의 도덕 업그레이드 추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국가는 물론 우리기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법적 제도적 틀을 갖추고 이제 청렴사회로의 첫걸음을 막 내딛은 현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조직의 발전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신념을 버려야 한다. 누군가의 큰 희생이 아니라 각자의 조그만 기여가 합쳐져서 조직이 발전한다는 믿음을 공유해야 한다. 조직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저질러진 많은 불법적 영웅적(?) 시도들이 얼마나 많은 나쁜 관행을 만들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둘째, 보다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직장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상사가 마음 놓고 부당한 업무지시를 할 수 있는 조직 문화에서 청렴한 직원은 발붙일 곳이 없다. 청렴은 개인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셋째, 청렴이 자신과 조직에 유익하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유익의 개념은 경제적 의미만이 아니라 인격과 국격을 완성하는데 유익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두가 정직하게 규칙을 지키는데 나만 우리 조직만 반칙을 하면 계약을 딸 수 있고 더 잘 될 수 있다는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부패하지 않은 사회와 국가가 생산성이 높고 효율적이라는 것은 받아들이면서도 스스로는 부패를 통해 편법적으로 일을 성사시키려는 이율배반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키케로는 그의 명저 ‘의무론’에서 정의를 지키는 일이 유익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것은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고 정의를 지키는 것은 항상 유익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것은 로마공화정을 지키기 위한 그의 애국적 신념이었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이러한 신념을 가진다면 머지않아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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