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안희정 지사직 사퇴…그 정도로 끝날 일인가
뉴스종합| 2018-03-06 11:45
안희정 충남지사가 6일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격 밝혔다. 여성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현 정무비서 성폭행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황급히 신변 정리를 한 것이다.

재선의 안 지사는 세대와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의 한 명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추문으로 30년 동안 쌓은 정치적 입지는 한 순간에 무너졌으며 정치생명마저 잃게 될 처지가 됐다.

신망 받던 정치인의 추락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김 비서의 증언을 들어보면 안 지사의 행태는 지사직 사퇴와 정계 은퇴 정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듯하다. 피해자는 수행비서 생활 8개월동안 수 차례 상습적인 성폭행에 시달렸다. 심지어 ‘미투(Me Too)’ 운동이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부각한 지난달 하순에는 김 비서에게 “상처가 됐다는 걸 알게 됐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그 자리에서 또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김씨에 대한 사과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미끼이고 수단이었을 뿐이다.

더욱이 김 비서는 자신 말고도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말도 했다. 안 지사에 의한 일련의 성 범죄가 최근 1년 사이의 일이라 확인되면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김 비서가 안 지사를 정식 고발한다니 철저한 조사를 통해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 비서의 폭로가 있었던 날 오전 안 지사는 미투 운동 지지를 표명하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앞과 뒤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주당과 안 지사의 신속한 후속 조치다. 민주당은 5일 밤 늦게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안 지사에 대한 출당 및 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폭행은 최악의 인권 유린이다. 더욱이 위계에 의한 성폭행은 그 죄질이 특히 나쁘다. 모든 게 사실로 드러난 마당에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안 지사 역시 정치적 무게를 생각해서라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번 파문으로 정치권이 충격속에 휩싸였다. 차기 대권 구도의 판이 달라질 일이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안 지사 사건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 멈출 수 없는 대세인 미투 운동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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