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송상민 호르만코리아 대표]변화 필요한 ‘집’에 대한 편견
기사입력 2018-03-12 11:33 작게 크게

10여 년 전 주택 시장조사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었다. 고급 빌라 분양을 위한 ‘샘플하우스’에 들렀는데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내심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고가의 주택인 만큼 어떤 건축 자재를 썼고, 내부 인테리어는 어떻게 설계하는 지 등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와 관련된 설명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건물의 내진설계, 환기시스템, 화재에 대비한 안전 시스템과 단열 기능 등 주로 안전과 주거환경에 대한 설명에 집중했다.

국내 아파트 견본주택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듣는 설명이 ‘이 아파트는 이태리 ㅇㅇ브랜드 벽지에 프랑스산 주방 가구들이며 세계 최고급제 내외장재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것이나, ‘ㅇㅇ지하철역이 몇 년 후에 들어와 향후 가격이 많이 상승할 것이다’ 같은 것 뿐이다. 모두 돈과 직결되는 주제들이다.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나도 이런 사고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언제 부터인가 친구들을 만나면 누구네 집이 얼마나 올랐다더라, 어떤 친구가 땅이나 건물로 큰돈을 벌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반드시 끼어 든다. 우리에게 집이란 나와 사랑하는 가족이 거주하는 주거 공간보다 재테크를 위한 ‘돈벌이 수단’이 돼 버렸다.

최근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밀양의 병원 등에서 잇따라 대형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포항 등지에서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씁쓸해 한다. 미리 대응했으면 인명 손실을 막았거나 최소화했을 수 있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이 문제는 앞서 언급한 우리가 거주하는 아파트만 보면 그 원인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3.3㎡당 몇천만원씩 하는 아파트인데 왜 화재에 대비한 방화문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는가? 창문이나 벽체의 단열은 왜 이리 떨어지나?

독일의 한 창호회사 대표가 국내 아파트 시공 현장을 둘러보면서 내게 던진 질문이 있다.

“한국에선 이중창을 달아야 안춥다고 믿는다는데 그렇다면 고가 주택일 수록 창문을 세겹, 네겹 설치하나?”

독일에선 건물을 지을 때 벽체나 창호 등을 더 얇게 하면서도 제대로 기능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기능은 더 뛰어나도록 하는 스마트폰 기술과 다르지 않다. 창문은 단창이지만, 틈을 허용하지 않고 단열 기능이 뛰어나 우리나라 이중창, 삼중창에 비해 훨씬 성능이 좋다.

10여년동안 국내 건축시장에 창호 등 자제를 납품해온 회사에서 일했었다. 우리가 독일인이 지적한 이런 문제점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건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원가절감만 외치는 건축 문화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미미한 데는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변화는 필요하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건물에 대한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고, 사람들은 점점 이런 건물의 가치를 알아갈 것이다.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주택이나 건물의 방화문이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창호는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부터 따져보자. 그런 사고방식이 조금씩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믿는다.
  • ▶ 한예슬, 지방종 수술로 화상…어떤 수술이...
  • ▶ 셀레브 임상훈, 별명은 미친개…회식 잡히...
  • ▶ 안철수, “드루킹 댓글조작 부대, 날 사회...
광고
프리미엄 링크
베스트 정보
이슈 & 토픽
비즈링크


오늘의 인기 정보
오늘의 주요기사
핫이슈 아이템
광고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