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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광장-고제헌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노령복지의 실마리, 주택연금에서
뉴스종합| 2018-03-15 11:19
한 포털업체 부동산 코너에서 ‘노후대비, 주택연금 어떠세요?’라는 설문조사가 약 2개월간 진행된 후 지난 1월 마감했다. 약 1000여명이 응답했고 약 80%가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포털업체 부동산 코너 설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응답자 연령 분포는 60세 미만에 집중됐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청장년층에서 주택연금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것은 한국 역모기지 시장 성장 경로를 반증한다.

같은 질문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매년 실시하는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에서도 던진다. 응답 대상은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만 60세 이상 84세 이하 고령가구이다. 2017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18%가 이용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 동일 질문에 예비 노년층인 55세에서 59세의 응답자 31%가 이용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응답자로 구성된 조사결과를 바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연령이 낮아질수록, 금융지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역모기지 이용의사가 크다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공적 역모기지(HECM, 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 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역모기지 상품에 대한 인지도와 역모기지 유용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역모기지 이용은 최후의 보루(last resort)로 여기는 소극적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에 미국 역모기지 이용자의 특성을 보면 소득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독신 여성이용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

미국의 경우 역모기지 이용가구가 고령가구의 1% 수준이 되는데 걸린 시간이 17년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10년이 소요됐다.

한국에서 주택연금은 정부의 공적 보증이 제공되는, 미국과 유사한 공적 역모기지이지만 절대적으로 노후 준비 수단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특수층만 이용하는 제도가 아닌, 보편적인 노후 소득 보장 수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가 심화된 일본에서도 역모기지는 1980년대 도입됐지만, 역모기지 시장의 실질적 성장속도는 한국보다 훨씬 더디다. 특히 한국의 경우 종신까지 매월 연금처럼 수령하는 역모기지가 가장 지배적인 반면 일본은 연금형 역모기지 상품 이용 비중은 매우 낮다.

일본의 경우 향후 역모기지 시장 성장 가능성을 차치하고라도 상당한 금융자산을 보유한 일본 고령층의 자산구조를 고려할 때 노후 소득 보장수단으로 기능은 제한적일 것이다.

주택연금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한국 고령가구의 주택자산 집중도로 인한 주택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수단으로서의 큰 효용성은 향후 주택연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공적 보증이 제공되는 주택연금은 정책금융 상품이고 이에 기타 금융 및 고령층 지원 제도들과 정책적 형평성 측면에서 이용 대상층에 대한 제한이 존재한다. 한편 노후대비 수단의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인 한국의 특수성상 주택연금의 수요층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주택연금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존재할 것이다.

현재 ‘9억원 이하 주택’ 가입조건 완화에 대한 요구가 대표적 사례다. 고령층에게 주거지 이동은 큰 부담이다. 9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했지만 이를 처분하기 어렵고 현금이 부족한 고령층들은 주택연금 가입 주택가격 제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전세계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재정부담으로 자산기반복지(Asset-based welfare)를 지향하고 있다. 가능한 개인의 자산을 활용하여 노후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를 강조하는 것이다. 공적연금의 사각지대가 큰 한국의 경우 개인의 자산 활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자산기반복지의 구현은 주택연금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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