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숫자가 사라진 ‘자’인간의 마음을 재다 김승주 리안갤러리서 ‘온 더 라인’ 개인전
라이프| 2018-03-19 11:38
김승주 리안갤러리서 ‘온 더 라인’ 개인전

곧게 뻗어 길이를 측정해야 할 자가 곡선이 됐다. 자유롭게 구부러져 리듬체조 선수의 리본과도 같은 율동성을 선보인다. 게다가 숫자도 사라졌다. 길이를 잴 수 없는 눈금만이 남았다. ‘자’의 기능을 상실하자 순수한 형상적 가치를 지닌 오브제로 우뚝 섰다.

‘자’의 조형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설치작가 김승주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통인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16일부터 열린다. ‘온 더 라인’이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에는 자에서 출발한 다양한 곡선 작품들과 그 곡선으로 입체의 조형성을 탐구한 작품들이 나왔다.기존 주로 작업하던 직선과 숫자 작업에서 벗어나 곡선 작업을 선보인다. 

 
김승주, On the line, 2018, Steel, powder coating, aluminium, 215×201×114cm [제공=리안갤러리]

전시장에서 만난 김승주 작가는 “자는 규칙과 정확성과 획일성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왜곡하고 싶었다. 확대시키거나 곡선으로 표현해 자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이러니 하게도 잴 수 없는 자 작업을 위해 하나하나 눈금을 붙이는 작업을 한다”면서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잣대를 갖고 있고 그 눈금의 크기가 다 다르다. 자 작업은 제 마음 속의 기준을 시각화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 1층과 지하층을 채운 설치작업은 그 자체로도 리드미컬 하지만 조명과 만나 더 조형성이 도드라진다. 그림자가 또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단단한 스테인레스를 구부리고 용접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 그의 작업들은 작업구상보다 제작에 시간이 더 오래걸린다고 한다.

리안갤러리측은 “스틸이나 알루미늄 같은 단단하고 강한 소재는 줄자처럼 보이는 곡선의 형태와 모순되는 지점이 있다”며 “완만한 곡선은 연약함, 부드러움, 여성성 등의 수식어를 떠올리게 하나 실제로는 이런 곡선을 만들기 위해 재료 자체가 가진 강인한 힘 남성성 등의 이미지 속성과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모순과 상반을 통해 균형점을 찾아가는 셈이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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