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 “한국문학이란 무엇인지 근본적 물음 있어야“
라이프| 2018-03-20 16:01
번역원 내 한국어문학부서 신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한국어 문학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김사인(62) 한국문학번역원장이 “번역원은 그동안 한국문학의 번역· 출판에 급급해왔다”며, “이제 한국문학을 세계문학 속에 어떻게 위치시켜야 하는지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번역이란 소극적 기능에서 세계문학의 질서를 새롭게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중심 기관으로 번역원이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5일 취임한 김 번역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를 위해 ‘한국어문학 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어문학은 북한문학과 재일교포 및 미국문학 등 해외동포문학을 포함하며, 고전문학과 구비문학, 향가, 판소리 등 전통문학을 아우른다. 이를 통해 한국문학 콘텐츠의 다양성과 다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지난 20여년동안 번역원은 한국문학을 하나라도 더 알리기 위해 노심초사해왔다”며, “그 노력 위에서 맨부커상을 수상하고 한국문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란 근본적 물음을 깊은 수준에서 하지 않으면 한국문학 총체에 대한 이미지나 개념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은 20년 동안 번역원이 이룩한 성취와 성과, 인적 역량, 시스템을 생산적으로 계승하는 가운데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구미문학 중심의 세계문학의 질서를 인정하고 그 중심부에 한국문학을 진입시키는 노력을 그치지 않으면서 마당이 기울어진 중심부와 주변부간 격차와 차별을 극복하는 노력을 장기적으로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김 번역원장은 올해 사업가운데 올 하반기 미국 코넬대 출판부에서 출간될 한국문학앤솔로지를 자랑거리로 꼽았다. 지난 100년동안 한국문학 대표작을 30편 뽑아 모두 3권으로 출간된다. 여기에는 은희경의 ‘빈처’,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편혜영의 ‘시체들’ 등 동시대 작가뿐 아니라 황순원의 ‘소나기’, 김승옥의 ‘무진기행’등과 홍명희의 ‘임꺽정’, 이기영의 ’민촌‘, 한설야의 ’과도기‘ 등 월북작가의 작품도 포함됐다. 2007년 기획된 사업으로 10여년만의 결실이다.

김 번역원장은 “코리언앤솔로지는 영어권에서 한국문학을 보는 표준이 될 것”이라며, “한국어에서 직접 자국어로 번역할 수 없는 열악한 곳, 동남아시아나 아랍, 중앙아시아 같은 곳에서 이를 통해 한국문학 수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번역원의 해외작가 파견사업의 소수 작가 쏠림과 관련해선, 투 트랙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균형을 회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외독자 문학시장의 수요를 존중해 언어권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덜 소개된 다양한 다층적인 한국문학의 자산을 해외시장의 즉각적 반응을 떠나서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일본은 일찌기 이런 작업을 국가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해왔다.

김 번역원장은 “일본의 하루키나 중국의 모옌은 이런 토대 위에서 대접을 받는다”며, “꾸준한 군불 때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인프라에 해당하는 한국문학의 철로를 까는 쪽에 번역원의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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