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IT플랫폼, 환상특급과 설국열차의 갈림길에 서다
뉴스종합| 2018-04-05 11:24
글로벌 택시서비스 업체인 우버는 정작 차량도 기사도 없다. 세계적인 숙박서비스 업체인 에어비앤비 역시 부동산이 없다. 플랫폼으로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IT플랫폼이 곧 권력이자 돈이 되는 세상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IT 플랫폼 기업들이 공룡으로 변신, 거대 제조 및 유통 회사들을 밀어내고 뉴욕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속속 진입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천문학적이고, 챙겨가는 임직원 연봉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 IT플랫폼이 세계적인 도마에 올랐다. 뜨거운 논란과 함께 심지어 대형 사건사고의 진원지가 될 정도다.

지난 3일(현지시간) 대낮에 벌어진 유튜브 본사에서의 총격 사건은 과연 ‘혁신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여성 총격범은 유튜브에 올린 자신의 영상에 강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유튜브 본사의 검열 정책과 광고 수익 배분에 불만을 품었던 것이 사건의 발단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같은 날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이 당초 언론이 추정한 5000만명을 크게 웃도는 8700만명일 가능성을 발표, 역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버는 이미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택시 기사들의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승객과 운전기사를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 플랫폼인 우버는 택시 결제 요금의 20% 내외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우버 덕에 고소득을 올리는 운전기사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운전기사는 우버에 종속관계로 전락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맹공으로 도마에 오른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마존이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으며, 아마존의 ‘횡포’로 많은 소매점이 문을 닫고 있다.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논란을 체감하기 어렵다. 오히려 무인 점포 등 혁신적인 서비스의 등장에 환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산자는 다르다.

IT플랫폼은 최대한 생산자를 많이 끌어들여야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유인책을 쓰다가도 막상 볼륨이 커지면 정책변경이나 수수료 조정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간다. 오프라인으로 치면 IT플랫폼은 일종의 건물주인이고, 유통으로 보면 백화점인 셈이다. 대형 브랜드나 입김이 센 사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입점주들은 건물주와 백화점에 종속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국내에선 최근 웹툰과 관련한 작가와 플랫폼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유한국당이 “포털의 횡포를 막자”며 포털뉴스 공급의 전면 제한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스 배열의 공정성과 함께 언론사와의 수익배분 문제가 논란의 핵심이다.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도 ‘공유경제’의 취지는 퇴색하고 서로간에 돈벌이로 전락한지 오래다.

정보 미공개와 역외탈세, 정당한 이용료 부담 회피, 수익의 불공정한 배분 등 거대 IT플랫폼 기업들의 행태에 제동을 걸기위한 조치는 시작되고 있다.

IT플랫폼이 환상특급으로 갈지, 설국열차의 꼬리칸 폭동으로 이어질지 갈림길에 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노선으로 갈지는 어려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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