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삼성증권, 신뢰 회복할 위기관리 능력과 의지 보여야
뉴스종합| 2018-04-09 11:23
삼성증권이 대형 사고를 냈다. 시스템 결함에 모럴헤저드까지 겹친 사고다. 신뢰가 생명이어야 할 증권사에서, 그것도 자산이든 거래량이든 국내 톱 3에 드는 대형 증권사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직원실수로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해 애초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 28억3000만주가 계좌에 잘못 입고됐다. 주식 발행을 위한 주주총회 등의 절차도 없이 유령주식이 발행되고 거래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증시 시스템은 이중삼중의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잘못된 입력에도 작동 불능은 커녕 경고 메시지 조차 없었고 상급자가 확인하는 내부통제 계통마저 전혀 기능하지 않았다. 전산 시스템과 인적 시스템 모두 허점을 드러낸 꼴이다. 게다가 뜬금없이 엄청난 수의 주식을 받자마자 이를 팔아치운 직원도 16명이나 된다. 잘못된 주식임을 몰랐을리 없다. 모럴헤저드의 극치다. 금융감독원이 엄중조치를 천명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삼성증권뿐 아니라 전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는 방침도 당연한 일이다.

삼성증권으로선 초유의 위기상황이다. 사고는 발생이후 위기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사태를 키우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진정성과 투명성이 관건이다. 사례는 많다.

초대형 원유유출 사고의 책임과 처리를 자회사에게 맡겼다가 25억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당한 엑손모빌이나 가속페달 결함을 감추고 운전미숙으로 몰아가다 초유의 리콜 사태을 맞은 도요타는 최악의 사례다. 반면 타이레놀을 복용한 사람이 청산가리 중독으로 사망하자 시카고 일대 타이레놀 전량을 회수하고 복용중지 광고를 낸 존슨앤존슨은 진솔한 기업 이미지를 심었다.

국내 사례도 있다.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태 당시 이웅렬 회장이 직접 현장으로 뛰어가 수습을 지휘하고 유족과 보상에 합의한 코오롱은 여론의 큰 비판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해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은 책임회피로 일관하다 파장을 키웠다.

다행히 삼성증권의 구성훈 대표는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며 어떤 사죄의 말보다 진심 어린 행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점 잘 알고 있다”면서 “배당착오 사태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최대한 구제하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직원의 엄중문책과 철저한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는 보였다. 이제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을 인정받고 신뢰 회복의 실마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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