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STX노조는 자구안과 연명안 구분할줄 알아야
뉴스종합| 2018-04-10 11:16
STX조선해양이 백척간두에 섰다. 노사는 생산직 인건비 절감 방안에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산업은행은 이를“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방침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합의안이 나왔다지만 믿을 구석이 없다. 요구 시한(9일)을 넘긴데다 노사확약서도 제출되지 않았다. 내용은 더 문제다. 실현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하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달 8일 STX조선을 일단 살린다는 방침을 정하고 생산직 인건비의 75%를 절감하는 내용의 내용의 자구계획을 요구했다. STX조선 생산직 690명 중 500여명을 감축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자발적 구조조정은 144명에 불과했다. 목표치의 30%다. 추가로 350여명은 더 내보내야 한다.

계속 버틸수도 없다. 자구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지원은 없다.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안되고 신규 수주가 막힌다. 막다른 상황에서 노사는 더 이상 사람을 내보내지 않는대신 무급휴직ㆍ임금삭감ㆍ상여금 삭감을 통해 생산직 인건비 75% 절감 효과를 내겠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만들었다. 합의안대로라면 남은 직원들을 그대로 두고 실질임금이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걸 감내하겠다는 의미다. 뜻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한두달도 아니고 경영이 정상화될때까지 매달 400만원을 받던 근로자가 200만원으로 버틸 수는 없다. 노사확약서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TX노사가 간과한게 있다. 자구계획은 연명계획이 아니란 점이다. 고비만 넘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자구계획은 회생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 경쟁력을 갖추는 계획이어야 한다. 지금 아프더라도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계획이어야 하는 이유다. 아깝고 애처롭다고 줄줄이 매달고 걸어갈 수 밖에 없다. 계속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린다는 의미다. 시간내에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럼 실패다.

STX가 이번 위기를 넘기고 자생력을 갖추면 미래는 어둡지 않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투자·보증을 활용해 벌크선 140척과 컨테이너선 60척 등 200여척 이상의 신조발주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정부가 예상한 컨테이너 발주 수요에는 2만TEU급 12척과 1만4000TEU급 8척 대형선이 포함됐다. 가능한 한 국내 조선소에 발주될 물량임은 말할 것도 없다.

시한을 넘겼다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당장 법정 관리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STX 노사의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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