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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한국형 탐정제도 법제화, 풀어야 할 4대 과제 -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뉴스종합| 2018-04-11 17:16
우리나라에서도 ‘사적 피해원인 파악이나 권리구제’, ‘의문이나 궁금의 해소’ 등에 유용한 자료를 수집해 줄 민간차원의 정보ㆍ조사 서비스업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름하여 탐정업(민간조사업)이 그것이다. 2005년(17대 국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9명의 의원이 11건의 탐정법(안)을 발의하였으나, 줄곧 ‘법률체계의 미비’와 ‘사생활 침해 우려’등으로 진지한 심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표류하다 9건은 회기 만료 등으로 폐기 또는 철회되고, 현재 2건의 공인탐정법(안)이 행정안전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탐정제도의 세계적 추세와 국민들의 여망 등을 중심으로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한 몇가지 이론(異論)을 고언해 본다.

첫째, ‘탐정업’이란 명칭이 지닌 흠결 간과해선 안돼, 시대상과 우리 정서 반영한 새 호칭 발굴해야

자고로 직업에 대한 호칭은 그 직업의 정체성과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 이론이 없다. 이에 5천년 역사상 처음 제도화되어 ‘정보나 단서, 증거 등 사실관계 파악에 유용한 자료를 수집ㆍ제공’할 우리나라 ‘자료수집전문가’의 명칭이 왜 꼭 ‘탐정(探偵)’이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探偵(탐정)’이란 호칭은 영어 ‘Private Investigator’를 일본에서 자신들의 풍토에 맞게 한자로 번안(飜案)한 것이다. 즉, ‘탐정’이란 명칭은 지구상에서 일본만이 사용하는 일본 직업인(職業人) 용어라는 얘기다. 거기다 탐정이란 용어를 만든 그들마저 ‘탐정은 위태한 존재’로 여겨 법률로 ‘적정화’를 꾀하고 있지 않은가. 사전적(辭典的)으로 보더라도 ‘탐정’이라함은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이에 연유하여 탐정이라 하면 ‘비공개정보를 잘 빼내는 사람 또는 뒷조사하는 사람’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는 탐정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섬뜩한 우려’를 갖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즉,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음습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어감(語感)으로 탐정물(探偵物)이 아닌 현실속 직업인의 명칭으로는 비속(卑俗)스럽게 들리거나 그렇게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흠결을 지닌 ‘탐정’이란 명칭에다가 법안을 발의한 의원과 경찰청은 ‘공인’이라는 타이틀까지 하나 더 붙혀 ‘공인탐정’이라 하여 법전에 올리려 함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세계적으로 탐정업은 ‘소수 인원 공인제’보다 ‘보편적 관리제’가 경험론적 대세

탐정업을 공인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창설’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다양한 형태의 전통적 탐정활동을 이제 ‘관리’에 나서야 할 시점인지, 그 입법 취지와 방향을 새롭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와 법제환경이나 생활상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2007년에 민간조사업에 대한 법제화를 단행하면서 그 법 이름을 아예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즉, ‘탐정업을 하되 타인의 사생활 침해 등 법익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정하게 하라’는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한 ‘보편적 관리제’를 채택한 것. 그 까닭은 ‘탐정업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자위적 본능에 기인한 것’으로 ‘공인탐정제를 한다하여 비공인탐정이 사라질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판단과 ‘실효없는 금지보다 관리 가능한 적정화가 차리리 낫다‘는 일본 경찰청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다수 선진국이 탐정업을 허용하게 된 과정과 궤를 같이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러한 탐정업 탄생과 관리의 세계적 경험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탐정법 제정이 공론화 된 17대 국회부터 지금껏 일정한 인원을 선발하여 그들에게만 탐정권을 부여하겠다는 탐정창설법에 준하는 공인탐정법 제정에 집착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나 시대상으로 보아 탐정업은 ‘절대 금지나 특례 허용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상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적정한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탐정업 선진국들의 접근 방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발상이라 하겠다. ‘공인탐정법(탐정공인법)’이 아닌 ‘탐정업 관리법’이 정답이라는 견해가 각계에서 점증하고 있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탐정업의 ‘업무범위 획정(劃定)’은 법률을 휴지로 만드는 우스갯거리 될 수도

탐정(민간조사원)에게 ‘이것만 하라’는 업무 범위를 제시하는 것은 ‘법따로 현장따로’인 혼란을 법률 스스로가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제한된 몇가지 업무범위’에 묶여 진정 시민이 바라는 ‘광범한 편의 수단으로서의 자료수집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무늬만 탐정’인 기형적 탐정을 탄생시킬 소지가 다분함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탐정의 기능은 본래 은밀히 이루어지는 속성상 그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탐정의 ‘업무 대상이나 범위’를 법률로 획정(劃定)하는 포지티브형(열거주의) 입법은 그 자체가 ‘법률을 휴지로 만드는 난센스’라는 것이 탐정제를 안착시킨 선진국의 일반적 경험론이다. 즉, 탐정의 업무를 미리 열거해 두려는 발상은 ‘교통사고가 걱정돼 자동차를 운동장에서만 몰게 하는 꼴’과 다를 바 없다는 것.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나 EU(유럽연합) 회원국들은 하나같이 업무의 범위를 아예 정하지 않는 대신 ‘최소한 해서는 안될 일(절대적 금지)’을 제시하는 네거티브형(개괄주의) 입법으로 탐정업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여러 개별법이 탐정의 일탈을 제어 하는 기능을 발휘하고 있어 탐정시장 장악에 부족함이 없다는 확신을 보이고 있다. 엄밀히 말해 포지티브(열거주의)형 탐정은 탐정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중도 소도 아닌 어정뜨기 탐정’으로 전락할 소지가 크다.

넷째, 탐정의 역할, ‘사실조사’가 아닌 ‘사실관계 파악’으로 표현함이 적격 스러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2건의 공인탐정법안(윤재옥 의원 및 이완영 의원 각1건)은 공히 ‘탐정이란 의뢰를 받은 사항에 대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사실을 조사하여 의뢰인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사실 조사’라는 일과 표현이 비권력적 활동에 국한해야 하는 탐정의 역할로 볼 때 과연 탐정(업)의 정의로 적정한지 여부이다. 국민 다수는 ‘조사’라는 용어를 이해함에 세무조사, 감찰조사, 조사관(수사관) 등 어떤 권능을 연상하게 되고 이에 연유하여 탐정에 대한 거부감이 일게 됨을 간과해선 안된다. 사전적(辭典的)의미로 보더라도 조사(調査)란 ‘어떤 일이나 사실 또는 사물의 내용 따위를 명확하게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밝힌다’는 뜻인 바, 권력없는 탐정이 어떻게 어떤 일의 내용을 명확히 살피고 밝힐 수 있나!, 물론 ‘조사’란 용어를 광의(廣義)로 본다면 ‘정보수집’이나 ‘사실관계 파악’도 ‘광의의 조사’ 개념에 해당되니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법률의 명확성 원칙’과 배치되는 얘기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국민들의 인식과 정서가 ‘조사’라는 용어에 심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탐정(업)이란 의뢰를 받은 사항에 대하여 정보(또는 자료나 단서)를 수집하여 의뢰인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만 하거나 ‘탐정(업)이란 의뢰를 받은 사항에 대하여 정보를 수집하여 의뢰인에게 제공하거나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의뢰인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표현함이 적격스러워 보인다.

▶김종식 소장 약력 =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전)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경찰학강의10년,치안정보25년. 저서: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제도(사립탐정)칼럼집,민간조사학(탐정학)개론,경찰학개론,정보론外 탐정법(공인탐정법ㆍ민간조사업법)과 탐정업(사설탐정ㆍ공인탐정ㆍ자료수집대행사ㆍ민간조사사ㆍ민간조사원 등 민간조사업) 등 탐정제도와 치안ㆍ사회 관련 300여편의 칼럼이 있다.

kjs00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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