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공사판 하도급식 공론화로 대입제도 개편하겠다니
뉴스종합| 2018-04-17 11:23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을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8월말까지 최종 권고안을 확정해 이를 교육부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마치 공사를 하청받은 업체가 재하청 업체에 이를 다시 넘긴 뒤 공사가 마무리되면 원 주인에게 전달하는 공사판을 연상케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올지 의문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우려는 너무도 당연하다.

우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대입제도는 건설을 계속하느냐 마느냐를 단순 결정하는 신고리 5,6호기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정시와 수시, 수능 절대평가 여부 등 사안에 따라 학생과 학부형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여기에 서울 수도권과 지방 대학들의 생각도 다르다. 석달남짓한 시간으로 다수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기는 무리다. 신고리 원전 건설 공론화 과정만 해도 두 달이란 시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넘쳤다. 그나마 사실상 대입제도를 결정할 공론화위는 위원 인선조차 마치지 못했고, 공론화 대상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석달을 온전히 활용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을 공사판 하도급 방식으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이 문제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결정을 떠 넘기자,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다시 대입제도개편특위와 공론화위로 다시 미뤘다.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다양한 국민 요구와 의견 수렴”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핑계일 뿐이다. 교육부든 국가교육회의든 공론화라는 방패 뒤에 숨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정책을 결정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무책임과 무능함이라면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국가교육회의의 전문성도 신뢰가 가지않는다. 위원 21명중 9명이 경제부총리와 여성가족부장관 등 교육과 무관한 당연직 정부위원이다. 기획단장을 맡았던 인사는 지방선거에 출마한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게다가 민간위원중 현직 교사 등 현장 전문가는 단 1명도 없다. 이러니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이 한목소리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형식적이고 졸속적인 과정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할만하다.

모든 혼란은 김상곤 장관의 소신과 철학 부재가 발단이다. 책임이 두려우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도리다. 공론화의 벽 뒤에 숨은 책임회피로 면죄부를 삼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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