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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가족친화’ 바람…동반 출근ㆍ정계 은퇴
뉴스종합| 2018-04-21 09:01
까다로운 상원 규정…‘엄마’ 역할 인정
‘美권력서열 3위’ 자리보다 ‘풀타임 아빠’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미국 의회에 ‘가족친화’ 바람이 불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엄마 상원의원이 갓 태어난 자녀와 등원할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현실화하는가 하면, 거물급 정치인이 ‘주말 아빠’를 거부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누구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이런 움직임의 배경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태미 덕워스 미국 상원의원(민주ㆍ일리노이)은 전날 생후 10일 된 자신의 둘째 딸과 함께 워싱턴 D.C 미 의사당에 등원했다. 출산 휴가 중에도 미 항공우주국(NASA) 제임스 브라이든스타인 국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와 함께 의사당에 들어선 것은 미 의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상원의 입회 규정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동반자, 복장 등을 엄격히 제한한다. 입회 규정이 마지막으로 수정됐던 것이 1977년 도우미 견 동반과 관련된 사항이라는 게 이를 증명한다.

덕워스 의원은 출산 전부터 의사당 내 영아 출입과 모유 수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상원의원들은 18일 덕워스 의원이 ‘엄마’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 안에 대해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CNN은 그간 엄마 의원들이 아이를 상원에 데려가는 것은 물론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대리인을 통해 투표권도 행사하지 못했던 데서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또 미 언론들은 덕워스 의원이 또 한 번 ‘최초’로 기록될 역사를 남겼다고 봤다. 덕워스 의원은 태국에서 출생한 중국계 혼혈로, 여성이자 아시아계 첫 미 육군 헬기 편대장이다. 지난 2004년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다가 두 다리를 잃었다. 현직 상원의원 중에서는 최초로 임기 중 출산했다.
(왼쪽부터) 태미 덕워스 미국 상원의원(민주ㆍ일리노이),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 [사진=AP연합]

‘공화당 1인자’로 통했던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은 촉망받는 정치인의 삶보다는 ‘아빠의 삶’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 11일 “나의 세 자녀는 내가 처음 당선됐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10대다. 내가 여기서 새 임기를 맡으면 아이들은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며 임기를 마치는 내년 1월 의회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부통령 다음으로 권력서열 3위 자리를 내던진 것이다.

임기 중에도 라이언 의장의 가족 사랑은 남달랐다. 워싱턴 생활 중에도 주말이면 고향이자 가족이 있는 위스콘신주 중서부 도시 제인스빌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그가 돌연 가정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그의 어린 시절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그는 16살 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숨진 뒤 사회보장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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