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中 의사, 술 비판글 올렸다가…재판도 없이 감옥행
뉴스종합| 2018-04-21 09:01
의사가 약술이 독술될 수 있다는 글 올려
광저우에서 2700㎞ 떨어진 곳에 구금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에서 ‘훙마오야오주(鴻毛藥酒)’ 사태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광저우(廣州)의 한 의사가 약주로 알려진 훙마오야오주를 독약이라고 비난했다가 재판도 없이 감옥에 구금된 사건 때문이다. 중국 관영언론까지 비난에 가세하면서 외신들도 이를 보도했다.

사건은 탄친둥(譚秦東)이라는 이름의 의사가 지난해 말 인터넷에 ‘홍마오야주, 천당에서 온 독약’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 술이 67가지의 성분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뭐에 좋은 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에게 이 술은 매우 위험하다. 매일 마시면 독약이 될 수도 있다. 노인들은 음용에 주의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썼다.

글을 올린 후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지난 1월 탄친둥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체포됐다. 갑자기 2명의 남자가 경찰신분증을 보여주더니 그를 끌고 갔다. 그는 기차와 버스를 타고 광저우에서 약 2700㎞ 떨어진 네이멍구의 모처에 구금됐다. 혐의는 중국 형법 221조에 따라 근거 없는 내용을 날조해 영업을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화장실 옆에 있는 방에서 흉악범들과 함께 구금된 채 밀가루 빵으로 끼니를 떼웠다.

그러나 다행히 그의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처음 보도가 됐을 때 현지 경찰은 그를 체포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력 언론들과 중국의사협회가 잇따라 비난 행렬에 나서면서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이 그를 석방하라고 지시했다. 석방 이유는 증거 부족이다.

술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글 하나로 혐의 여부도 조사받지 않고 구금된 이 사건은 중국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훙마오야오주 제조업체인 네이멍구 홍마오궈야오구펀(內蒙古鴻茅國藥股份)은 탄친둥이 게시한 글로 인해 140만개에 달하는 제품이 반품되는 등 회사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술은 그동안 과장 광고로 논란이 일었던 제품이다.

문제는 영업 방해 혐의 여부도 조사하지 않고 경찰이 일개 회사의 말에 따라 일반인을 체포했다는 사실에 있다. 결국 현지 경찰과 기업이 결탁해 만들어 낸 것으로 추측이 모아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hanira@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