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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화물기로 가구 들여와”…대한항공 직원들 제보 폭주
뉴스종합| 2018-04-21 17:42
익명 제보방 개설 사흘 만에 700여명 참여
‘갑질’ 사례·불법·비위 제보 봇물…언론·수사기관에 제보도

[사진제공=‘MBC 화면 캡처=연합뉴스]

[헤럴드경제] “2014년 1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LAX)에서 온 KE214편 화물기를 통해 가구가 많이 들어왔었다”

21일 카카오톡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 올라온 제보 글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제보방’을 만들어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과 불법·비리 의혹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또 이 가운데 의미 있는 제보나 증거 자료 등은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을 통해 모아 언론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직원 등에 따르면 이 채팅방은 지난 18일 개설됐으며, 사흘 만에 참여자가 700명을 넘어섰다.

채팅방 참가자들은 총수 일가와 관련한 ▷폭언 녹취 파일 ▷갑질·폭력·부당한 업무지시 ▷강등·퇴사 등 부당 인사 ▷세관 통과·탈세·비자금 ▷국토교통부 관련 비리·비위 등을 최우선으로 제보받고 있다.

이 채팅방에는 대한항공의 객실·운항·정비·일반·화물 등 각 직문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어 다양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총수 일가가 회사나 기내에서 직원에게 폭언과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갑질’ 제보부터 면세품 등 처리 과정에서 난 손실을 승무원 사비로 메우도록 했다는 제보, 해외에서 각종 물품을 사오면서 이를 회사 물품으로 둔갑시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사례까지 구체적인 제보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날 화물기를 통햏 가구가 들어왔다고 제보한 직원은 “(한진 총수 일가가) 인테리어업체 신용카드로 수억원어치 가구를 사서 들어온 것”이라며 선화증권(B/L) 등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직원의 추가 제보를 요청했다.

다른 직원은 대한항공 임원에게 제공되는 차량 등급을 거론하며 “상무는 그랜저나 K7, 전무는 제네시스인데, 조현민 전무는 상무 때부터 벤츠 AMG S 63, 마세라티 기블리를 타고 다녔고 최근에는 테슬라 모델S로 바꿨다”며 “모두 한진렌터카에서 회사비용으로 빌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규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민감한 제보나 개인정보가 담긴 구체적인 증거 자료 등은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으로 따로 수집하고 있다.

이 채팅방이 알려지면서 회사 측 관계자가 채팅방에 들어와 대화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추후 색출 작업을 통해 제보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채팅방 관리자는 “민감한 자료는 절대 단톡방에 올리면 안 된다. 텔레그램 1대 1 대화를 신청해 보내달라”며 “텔레그램은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메시지를 삭제하면 추적이 아예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확보한 자료는 정리해서 언론에 제보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총수 일가의 고성 음성 파일, 밀수 의혹 관련 자료 등의 제공이 이곳을 통해 이뤄졌고, 제보·증언할 직원 섭외 등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이 채팅방을 통해 제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팅방 관리자는 “경찰이 ‘조현민 사건’ 수사를 위해 갑질이나 폭행, 폭언 등을당했던 직원 제보를 바란다고 알려왔다”며 “당사자는 텔레그램으로 알려달라”고 공지했다.

채팅에 참여한 직원들은 혹시 입게 될지 모르는 불이익을 두려워하면서도 “한명한명의 제보가 회사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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