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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버블, 셀트리온그룹에서 가장 많이 꺼졌다
뉴스종합| 2018-04-23 09:10
-‘바이오 버블’ 붕괴 전조…셀트리온그룹주, 증시 고점 대비 20% 넘게 폭락
-“저가매수 기회?…바닥 가늠 어려워”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지난 한주 제약ㆍ바이오 업종이 ‘버블 붕괴’의 전조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 셀트리온그룹의 경우 지난 1월 말 증시 고점 이후 시가총액의 5분의1이 증발했다. ‘저가매수’ 기회를 발견한 투자자들에 의해 일부 종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전문가들은 “바닥을 가늠하기 힘들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3일 코스콤(구 한국증권전산)에 따르면 지난 한주 코스피200ㆍ코스닥150 하위 섹터 가운데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모두 제약ㆍ바이오 관련 업종이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 19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헬스케어 지수는 7.9% 하락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메디톡스 등이 포함된 코스닥150생명기술 지수도 5.6%의 낙폭을 기록했다.

주요 헬스케어 종목 주가등락 현황 [자료=코스콤]

특히 대형 제약ㆍ바이오 관련 종목들의 하락세가 가팔랐다. 코스피200헬스케어ㆍ코스닥150생명기술 지수 구성 종목 중 지난 한주 주가하락률이 가장 컸던 것은 코스닥 시총 1위 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11.8%)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4% 하락해 그 뒤를 이었고, 이어 셀트리온(-9.9%), 한미사이언스(-9.4%), 한미약품(-9.0%) 순이었다. 이들 네 종목은 코스피 제약ㆍ바이오 업종 시총 1~4위 종목이다.

증시 최고점이었던 지난 1월 말까지 시계열을 확장해보면, 대형 제약ㆍ바이오 종목 가운데서도 셀트리온 그룹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합산 시총 규모는 지난 1월 29일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초과했고, 이후 지난 주말까지 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ㆍ셀트리온헬스케어ㆍ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그룹주의 시총은 무려 21.1% 급감, 62조원에 달했던 그룹 시총이 약 49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셀트리온그룹을 제외한 코스피200헬스케어ㆍ코스닥150생명기술 포함 종목의 시총은 2.1% 내리는 데 그쳤다.

증시 고점 이후 주요 헬스케어 종목 및 셀트리온그룹 시가총액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금융투자업계는 셀트리온그룹주의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배경으로 금융당국의 회계 감리를 꼽았다.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힘든 상황인데도 비용을 자산화하는 제약ㆍ바이오 업계 관행이 외국계 증권사들의 보고서를 통해 논란이 됐고, 금융당국도 지난 1월 제약ㆍ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제약ㆍ바이오 기업 10곳이 감리 대상으로 선정된 상태이며, R&D 비용의 무형자산화 비중이 비교적 큰 셀트리온도 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급락한 제약ㆍ바이오 종목에 ‘저가매수’ 차원으로 접근하는 전략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통상 증권업계는 증시 하락장의 저점을 예측할 때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활용한다. 그러나 제약ㆍ바이오 종목 주가의 경우 이같은 계량적 요인보다는 미래 기대감에 의해 예상치 이상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점 역시 예측이 힘들다는 설명이다.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 연초 34만원이었던 다음커뮤니케이션 주가가 연말 1만4000원으로 95% 이상 급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임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 실적 추정의 적정성 등이 한꺼번에 도마에 오르게 될 때에는 저가매수 수요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대감만으로 움직인 중소형 바이오 종목의 경우 고점 대비 90% 이상, 우량 바이오 기업으로 꼽히는 경우에도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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