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한은은 진정 물가와 고용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가
뉴스종합| 2018-04-23 11:26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또 다시 “한은 정책 목표에 고용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벌써 2년은 됐다. 지난 2016년 당시엔 “고용안정은 경제정책이 추구해야 할 지향점”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심도있는 논의 필요’까지 진전됐다.

이번엔 아예 ‘방안 검토’로 두어 발자국 쯤 더 나갔다. 미국과 호주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함에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정책목표를 고용으로 두고 있다”라고 설명할 정도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에 고용까지 집어넣어 목표가 너무 많으면,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고, 목표끼리 상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발언은 헛다리 드리블 정도로 해석될 뿐이다. 본인의 입장은 이미 명시 쪽으로 능선을 넘어선 분위기다.

그는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폴리시 믹스 주창자다. “고용확대를 위해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까지 밝힌다. 인플레 파이터가 되어야 할 한은 총재로서 추경을 포함한 적극적 재정 투입 정책에 이처럼 쌍수를 들고 호응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정책에 너무 발맞춘다는 비난도 없지 않지만 신념에 충실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하지만 거기까지여야 한다.

한은 정책 목표에 고용이 명시하는 순간 이는 의무가 된다. 책임도 동시에 주어짐은 물론이다. 물가와 성장(고용)은 전형적인 트레이드 오프관계다. 한쪽이 달아 오르면 한쪽을 냉각시켜야 한다. 한은과 정부는 구조적으로 대립되는 관계다. 한은 독립,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그런데 고용까지 정책 목표로 넣으면 한은과 정부는 한 몸이 된다. 한 방향 한 목표로 가는데 독립이 왜 필요한가. 과학기술, 교육문화까지 통화정책으로 협조하라면 뭐라 할 것인가.

게다가 최근엔 고전적인 경제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예사다. 성장을 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물가와 실물경기가 안정된 상태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세계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발표하며 돈을 쏟아부어도 인플레는 커녕 물가는 바닥권이다. 이제 통화정책엔 도무지 예측 가능한 게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는 진정 물가와 고용이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한은과 정부는 각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협조와 견제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야 폴리시믹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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