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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우리 모두 발달장애인의 평범한 이웃이길…”
뉴스종합| 2018-04-23 11:38
장애인의 날(4.20)을 앞두고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발달장애인생활시설에 다녀왔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인 정착을 이루고 살 수 있도록 자립지원을 하고 있는 이 시설은 설립후 17년간 정부보다 앞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커뮤니티 케어’를 하고 있었다.

커뮤니티 케어(CommunityCare)란 격리된 시설보호에서 벗어나 살고 있는 지역사회 내에서 돌봄, 주거 등 필요한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체계를 말한다. 발달장애인과 같은 중증장애인도 지역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돌봄 부담, 서비스 부족 등으로 인해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원이나 시설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국가들도 그랬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1960년대 이후 수용 중심에서 커뮤니티케어로 정책의 기조를 바꾸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시설 내에서만 격리되어 보호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립지원형 그룹홈, 훈련지원형 체험홈, 1인 독립주거 등 다양한 형태로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나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무척 인상깊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하루를 지내보니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자립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누구나 처음 자취를 시작하면 당장 식사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날 저녁식사 메뉴로 나온 고등어조림은 비장애인들도 처음에는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다.

문득 지역사회로 나가서 생활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식사시간 모습이 궁금해졌다. 대부분 직업 활동을 하고 있는 그룹홈의 발달장애인들은 아직 식사준비 중일 것이라고 해 얼른 식사를 마치고 6시 반쯤 가까운 그룹홈을 찾아갔다. 마침 퇴근한 34세 발달장애인이 한창 식사준비 중이었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반찬을 만들고 찌개를 끊이는 모습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익숙해 보였다. 그러나 그 친구가 칼을 이용해 햄을 써는 데까지는 1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쪽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이렇듯 발달장애인에게 일상에서의 행동을 가르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자립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은 깊이 새겨 넣어야 할 가르침이었다.

해당 시설에서도 발달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주택과 같은 물질적인 면은 LH나 SH에서 임대지원을 해주기에 어느 정도 해결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주변의 인식과 시선이라고 한다. 흔히 동네 아저씨가 취해 고성방가하면 이해해주는 주민들도 발달장애인이 소리를 지르거나 돌발행동을 하면 곧바로 항의를 하고 민원을 제기한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완전하게 포용돼 살아가려면 수년, 길게는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포용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과 함께 해줄 지역사회의 이웃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도 학교를 다니고 직업을 갖고 이웃과 만나는 평범한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포용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의 이웃이다.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내가 다른 이의 이웃이고 다른 이가 나의 이웃이란 의미이지 않은가. 지역기반 커뮤니티 케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외에도 우리 각자가 장애인, 저소득노인 등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이웃이 돼 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발달장애인에게 평범한 이웃이 되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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