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이번엔 둘째 딸 때문에…
뉴스종합| 2018-04-25 11:43
대한항공 오너 가족들의 볼썽사나운 갑질이 다시 불거졌다 얼마 전에는 ‘땅콩 사건’으로 큰 딸이 문제를 일으키더니 이번엔 둘째 딸이 ‘물컵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재벌 집 따님들의 잇단 갑질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대한항공 광고를 대행하는 회사와 미팅하는 자리에서 일이 시작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소리를 지르고 물 컵을 던졌다는 것이다, 음성변조가 되어서 그 목소리가 조 전무의 것인지 여부는 분명치 않으나 톤이 무척 히스테릭 하고 사용된 어휘도 상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무튼 이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비행·비리가 줄을 잇고 있다.

회사 직원들은 이런 정도는 예삿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단 둘째 딸만 아니라 ‘사모님’의 갑질도 어지간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집을 고치는 현장에서 인부들을 야단치는 ‘사모님’ 목소리도 공개되었다. 점잖은 재벌 집 사모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흥분한 정황이 녹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저 재벌 집 ‘따님’이나 ‘사모님’의 잘못된 행동으로 참을 수 있다. 재벌회사 안식구들의 민낯이 드러난 것일 뿐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 만 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공개되면서 대한항공 직원 700백여명이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회장님 댁의 갑질을 모으고 폭로하고 있다.

우선 조현민 전무가 외국인은 항공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는 법령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기본 중 기본인 임원의 국적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 문제는 국토부가 조사할 것이고 또 관리 소홀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국토부가 유탄을 맞았다.

다른 하나는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면세품을 실어 날랐고 일반인은 반입할 수 없는 농산물도 들여 왔다는 것도 폭로하고 있다, 회사는 이 사실을 부인하지만 이미 경찰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당국은 이런 일이 관계 당국의 묵인, 방조 혹은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고 보고 사안 자체는 물론 관계 기관에 대한 수사도 한단다. 그 외에도 자질구레하지만 일반인의 분노를 일으킬만한 사안들이 줄지어 알려지면서 주가도 떨어지고 외국 언론도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회사 이미지나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국적기 대접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베트남이나 사우디에 가는 기술자들을 태웠고 우리 항공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뜻에서 많은 사람들이 KAL 티켓을 샀다. 이러면서 세계적인 항공사로 우뚝 섰다. 그런데 그 안은 온갖 비리와 반칙으로 가득했다는 점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공분을 촉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뒤늦게 딸들 퇴사, ‘준법위원회’ 신설, 전문 경영인제 도입 등 수습을 위해 엉거주춤한 해결책(?)을 내 놓았다. 진정성 없이 우선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신독(愼獨: 스스로 자기를 다스림)과 지지(知止:그칠 데를 아는)를 축으로 허정무위(虛靜無爲:비우고 담박하게)의 자세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고 도착점인데 헛발 짓만 해대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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