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삶을 성찰하게 하는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2018-04-25 13:22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리얼 어른 멜로를 표방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가 깊은 여운을 남기며 24일 종영했다.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의 만남과 사랑은 한번쯤 음미해볼한 내용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손무한은 죄책감에서 시작돼 사랑으로 발전했고, 파산 직전인 안순진은 200억 재산을 가진 ‘숙주’ 손무한에 ‘기생’하기 위해서 소개를 받고 사랑으로 이어졌다.

손무한의 죄책감은 이런 것이다. 안순진의 어린 딸이 아폴론 제과에서 만든 젤리 과자를 먹고 죽었다. 손무한은 그 광고를 만든 책임지다. 안순진은 비오는 날 손무한에게 찾아가 딸 죽음에 대한 재판의 증인으로 서달라고 부탁했지만 매몰차게 거절한 데서 가지게 된 죄의식.

광고제작자가 그 정도의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의 만남과 사랑이 어떻게 서로를 변화시키는지는 보는 게 흥미로웠다. 둘 다 만남 의도는 불손(?)했지만, 서로 사람과 인생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었다. 성찰하는 삶으로 나아간 것이다.

손무한이 존엄사를 신청하려고 하는 등 슬픈 인연으로 묶인 두 남녀의 가슴 시린 사랑을 보면서 사랑, 슬픔, 죄책감,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쏟아낸 두 남녀 연기자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손무한은 어쩌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안순진은 일부러 모른 체 하며 출근했다. 홀로 집에 남겨진 손무한은 401호 이웃과 작은 소동에 휘말렸다. 그 과정에서 손무한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안순진에게 ‘은둔형 도토리’라고 불렸을 정도로 다른 이들과 교류가 없던 손무한이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분명 손무한은 달라졌다. 그가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안순진 덕분이었다. 안순진도 변했다. 삶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던 그녀가 손무한 곁을 지키고, 그와 사랑하며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생일파티가 끝나고 손무한은 친구 황인우(김성수)에게 “이제야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았어. 내일도 살아야겠지. 오늘처럼”이라고 말했다. 안순진이 손무한에게 준 생일선물 만년필에 ‘손숙주’가 아닌 ‘손기적’이라는 이름이 씌여진 것도 흐뭇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언제나 그렇듯 잠에서 깬 안순진은 손무한을 향해 “굿모닝”이라고 속삭였다. 그러나 손무한은 눈을 뜨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난 안순진은 떨리는 목소리, 눈물이 맺힌 눈으로 애원하듯 손무한을 깨웠다. 이 순간 TV앞 모든 시청자가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손무한이 죽을까봐, 안순진 곁을 떠나게 될까봐. 

그때 손무한은 눈을 떴다. 그의 “굿모닝” 인사말에 안순진도, 시청자도 모두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리고 덤덤하지만 깊은 감정이 새겨진 안순진의 내레이션이 들려왔다.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또 시작된다. 그는 살아 있다”. 


리얼어른멜로라는 장르처럼, 어른들의 솔직하고 도발적인 사랑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쌓아온 스토리를 터뜨리며 극을 이끌었다. 슬픈 인연으로 묶인 두 남녀는 모든 것을 뛰어넘어 사랑했다. 결과적으로 ‘키스 먼저 할까요’는 사랑으로 한 생애가 다른 생애를 끌어안은 이야기였다.

여기에 감우성, 김선아, 오지호, 박시연, 김성수, 예지원으로 이어지는 명품배우들의 찰떡 같은 연기는 극의 스토리를,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몰입도 있게 만들었다. 특히 감우성의 자연스러운 감성 연기는 김선아의 코믹 연기마저 감싸안았다. 솔직, 도발, 감성 등을 자유롭게 넘나든 대사와 스토리, 감각적 연출 또한 퀄리티를 높였다.

흔히 20대 청춘들의 섬광처럼 불타오르는 사랑을 아름답다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어른들의 사랑도 충분히 가슴 설레고 아름다울 수 있다. 오히려 어른들이라 더 진솔하고 깊은, 가슴 시린 사랑을 할 수도 있다. 손무한, 안순진처럼 말이다. 이 당연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보여준 ‘키스 먼저 할까요’는 한동안 시청자 가슴에 깊은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중후반 한때 도돌이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삶과 죽음, 일상, 사랑에 대해 성찰해보게 하는 기회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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