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병기 연예톡톡]‘예쁜 누나’의 멜로는 어떻게 진행될까?
엔터테인먼트| 2018-04-25 18:40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체험멜로 속도가 늦춰졌다. 급행열차가 완행열차가 돼버렸다.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라는 남녀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함께 할때, 보는 사람도 자연스레 설레고 긴장되고, ‘미춰’버리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 이 드라마가 부리는 마법이다.

하지만 예쁜 모습도 너무 자주 하면 모든 이의 ‘쾌’(快)로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제 키스를 그만 좀 해라는 댓글도 있다. 두 사람에게 반복의 느낌이 생기면서 약간 주춤한 느낌도 나며, 조금 지루하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 사실에 기자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반응이 생소할 뿐이다. 


물론 남녀 로맨스만으로 16회를 온전히 끌고가기는 어렵다. ‘도깨비’를 제외한 김은숙의 트렌디 드라마들이 종반에 유독 힘을 못쓴 이유이기도 하다. 순수멜로의 숙명이다. 오글거리는 대사를 남발해도 한계가 있다. ‘태양의 후예’조차 가상의 분쟁 지역인 우르크의 시계탑이 보이는 12회말에 드라마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울 부분은 사족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도 지난 13일 방송된 5회보다 더 달달하고 행복한 시간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아마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준희의 집에서 보낸 둘만의 시간과 강원도 캠핑에서 돌아오며 둘만이 눈밭에서 보낸 시간만큼 더 달달한 로맨스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둘 사이의 로맨스는 앞으로 가기보다는 밑으로 간다. 내면으로 들어가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사랑은 앞으로만 달려갈 게 아니라 깊이가 생겨야 한다.

진아가 친구 남동생과 연애한다는 사실을 진아 아버지와 동생은 이미 알아버렸다. 앞으로 진아 엄마 김미연과 준희 누나 서경선이 알게 되면 충격은 끝난다. 경선은 진아에게 ”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고 흥분하다가 사그라질 것 같고, 진아 엄마도 속물적인 멘트 몇마디 하고 봉합될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둘의 사랑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미 진아와 준희는 서로 아끼며 배려하는 성숙된 사랑을 하고 있다. “요즘 정말 딴 사람 보는 거 같다니까. 도대체 달라진 이유가 뭐야”라는 공철구 차장의 질문에 진아는 “어떤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요. 전엔 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고 살았어요. 근데 나보다 날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주기 위해서 애쓰는 어떤 사람을 보면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라는 말해 준희를 향한 진정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의 힘이다.

‘예쁜 누나’가 로맨스만으로 가지는 않는다. 하나 더 있다. 직장의 회식문화다. 진아가 다니는 커피 회사의 회식장면을 초반부터 자세하게 보여주었다.

노래방에서 남자 상사가 노래를 부르면 공철구 차장이 여직원의 손을 잡아 남자 상사에게 인계하는 장면은 구시대적이다. 이속에 여직원들에게 가해지는 성희롱과 성추행이 있다.

윤진아를 비롯해 여직원들이 이런 잘못된 회식문화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윤탬버린’ 진아가 먼저 탬버린을 버렸다. 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공 차장에게 똑부러지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여직원들은 기피 대상 1호인 공 차장이 있다고 해서 회사를 안다닐 수는 없다. 바꿔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남자들이 각성하게 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드라마는 이 부분을 제대로 보여줄 것 같다. 안판석 PD가 직장 회식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룰 태세다. 공 차장과 유사성이 있는 남자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공 차장이 어떻게 바뀌는지 벤치마킹하면 된다.

/wp@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