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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병’ 고혈압 환자 1100만명…3040 절반이상 관리 안해
라이프| 2018-04-26 12:0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유병 현황 발표
유병자 ‘64%’ 570만명만 꾸준한 관리
약물 복용후 정상조절률은 44%

고혈압 관리수준 2007년이후 향상 더뎌
대상자 특성별 특화된 맞춤전략 필요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1100만명 이상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30세 이상 인구의 고혈압 유병률은 29%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고혈압 유병자 중 자신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에 대한 인지율은 65%, 적극적인 병원방문과 약물을 통한 치료율은 61%이며 약물치료후 고혈압의 정상조절률은 44%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조명찬) 고혈압역학연구회가 1998~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2~2016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는 ▷평균 혈압 및 고혈압 규모의 변화 ▷고혈압 관리지표의 변화 ▷고혈압 의료이용 현황 등이 망라됐다. 


평균 혈압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고혈압 유병자와 치료자 수는 꾸준히 증가=2016년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평균혈압은 수축기 118㎜Hg, 이완기 77㎜Hg로 최근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혈압 유병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의료기관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02년 300만명에서 2016년에 890만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으며,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 받은 사람도 250만명에서 820만명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570만명에 불과해 전체 유병자의 64%정도로 추정된다.

고혈압 치료자 중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2002년 34%에서 20016년 46%로 증가하였으며,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치료를 같이 받고 있는 사람의 비중은 25%에서 57%로 더 빠르게 증가했다. 고령이며 당뇨병과 고지혈증등 다른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치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고혈압 치료제의 처방 패턴을 보면 2002년에는 고혈압 치료자 중 57%가 한가지 종류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였지만, 2016년에는 40%만 한가지 치료제를 사용했고, 42%가 두가지 치료제, 18%는 3가지 이상의 치료제를 사용한것으로 조사됐다.

고혈압 치료제 종류로는 오랫동안 칼슘채널차단제가 가장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안지오텐신차단제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여 2016년에 처음으로 칼슘채널차단제보다도 많이 사용됐다. 현재는 고혈압 치료제 처방의 다양한 조합 중에서 칼슘채널차단제와 안지오텐신차단제 2제 병용요법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혈압 관리수준 2007년까지 빠르게 개선되었으나, 그 이후에 향상 더뎌=고혈압 관리 실태를 평가하는 지표인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은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98년부터 2007년까지는 빠르게 증가하였으나, 그 이후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인지율(고혈압 유병자 중 본인이 고혈압인 것을 아는 사람의 비중)은 1998년 25%에서 2007년에 65%까지 향상되었고 2016년에도 여전히 65%에 머물렀다. 치료율(고혈압 유병자 중 고혈압 치료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은 1998년 22%에서 2007년에 59%로 향상되었고 2016년에는 61%이었다. 조절률(고혈압 유병자 중 치료로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사람의 비중)은 1998년 5%에서 2007년 41%로 2016년에는 44%까지 향상됐다.

전반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고혈압 관리 수준이 더 좋았다. 그러나, 30대와 40대의 비교적 젊은 고혈압 유병자는 아직까지도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모두 50%를 밑돌아서 보다 적극적인 고혈압 진단과 치료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고혈압역학연구회장인 김현창 교수(연세대의대)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고혈압 예방 및 관리 전략만으로는 고혈압 관리 수준을 더 이상 향상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대상자 특성별로 특화된 다양한 맞춤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학계에서는 고혈압 관리 취약계층을 찾고 이런 취약계층에 적합한 중재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여야 하며, 정부에서는 중앙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가 주도적으로 고혈압 예방관리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인 조명찬 교수(충북대의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GBD)에서 전세계 사망에 대한 모든 위험요인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고혈압이 20%로 1위였으며 담배나 비만보다도 기여도가 컸다”고 강조하고 “고혈압이 뇌졸중, 심장마비 등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실제 고혈압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잘 모르고 있다.

또한 고혈압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아 합병증 발생과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를 통한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5월 열리는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 전면 개정=한편, 지난 2013년 제정된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도 오는 5월에 전면 개정·발표될 예정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오는 5월 18∼19일까지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18년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 개정안을 발표한다.

이번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안은 미국심장협회·미국심장학회(AHA·ACC)가 지난해 11월 개정한 목표 고혈압 기준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 고혈압 진단기준과 목표 혈압이 제시될 전망이다.

AHA·ACC가 개정한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7’은 혈압을 낮게 유지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과 억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목표 고혈압 기준을 130/80㎜Hg으로 낮춘 바 있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전면 개정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으며, 이번 춘계학술대회 큰 주제를 ‘백세시대의 고혈압 관리’로 정하고, 고혈압 진료지침을 개정하게 된 배경 및 고혈압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AHA·ACC에서 제시한 목표 고혈압 기준 130/80㎜Hg을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에 그대로 반영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적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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