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본질에는 접근조차 못한 검찰 성추행 진상 조사
뉴스종합| 2018-04-27 11:12
활동을 사실상 마감한 검찰내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최종 조사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조사단은 석 달 가까운 진상조사를 통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포함한 전ㆍ현직 검사 등 7명을 재판에 넘겼다. 법무부를 압수수색하고 동료들을 기소하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당초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다.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변호인단이 아니더라도 “검찰의 수사의지와 능력, 공정성이 결여된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나올만 하다.

이번 사태의 본격적인 ‘미투’ 운동으로 연결되는 촉매제가 됐다. 그리고 그 본질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남성중심 문화를 깨뜨리는 것이다. 그러기에 검찰 자체 조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사단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이다.

처음 출발은 의욕적이었다. 사건의 상징성을 감안해 서 검사의 폭로 이튿날 곧바로 조사단을 꾸렸다. 여성 검사장 1호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단장을 맡았고,부단장도 여성 부장검사가 배정됐다. 검찰내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가 검토되고 이를 토대로 근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조사단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막상 수사가 시작되자 사정은 사뭇 달랐다. 조사단이 출범하고 한 달이 넘어서야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국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그나마 성추행 사건 무마 의혹을 받았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조사는 불발되고 말았다.

이런 정도의 조사로는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그 결과물이 초라한 이유다. 조사단은 안 전 국장의 성 추행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지만 공소 시효가 지나 아예 입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목표였던 성추행에 관한 조사는 그게 전부다. 안 전국장을 기소한 것은 서 검사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다.

전수 조사도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e메일과 내부 통신망 등을 통해 수십건의 성추행 제보가 접수됐지만 수사기관과 인력의 한계가 있었다는 게 조사단측 해명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게 아쉽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우리 사회 전반으로 만연한 남성중심 문화를 깨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이 됐던 검찰의 마초적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검찰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 단단한 껍질은 여전히 한 겹도 벗겨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검찰이 거듭 날 소중한 기회가 또 한번 무산됐다. 이러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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