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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카페]日 2033년 3채 중 1채 빈집…새집은 계속 쏟아진다
라이프| 2018-04-27 11:41
‘2033년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된다’뛰는 집값을 잡겠다고 초강수 부동산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보면 꿈같은 일처럼 보이는 이런 주장을 한 이는 일본 노자와 치에 도요대 건축학과 교수다. 치에 교수는 건설회사에서 개발 계획업무를 담당했다가 도쿄대에서 도시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현장 경험과 이론을 갖춘 인물이다.

2033년 단카이 세대가 84살이 돼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면 빈집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들이 남긴 집은 자녀세대의 생활권과 멀어 매각하거나 임대할 수 밖에 없는데 여의치 않아 빈집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3년 820만 채였던 빈집은 2023년에는 약 1400만 채, 2033년에는 약 2150만 채로 빈집 비율이 30.2%에 달하게 된다.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주택공급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치에 교수는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흐름출판)에서 주택과잉의 현실과 파생되는 문제를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우선 빈집 실태를 구석 구석 보여준다.

우리에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으로 유명한 니가타현 유자와 정에서는 과거에 대량으로 만들어진 리조트 아파트의 가격이 대폭 하락해 10만 엔에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주택을 구입해 거주하던 세대의 수명이 다했을 때 심각성이 드러나는데 자녀세대가 팔고 싶어도 구매자나 임차인이 없어 애를 먹는다. 현재 유품정리 전문회사에 따르면 상속 부동산의 대부분이 더 이상 재산이 아니다. 세금과 관리비, 수선 적립금을 지불해야 하는 빚동산이다.

빈집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역에서 가까운 편리한 대도시에서도 ‘마을의 스펀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빈집이 속출하는 데도 신규주택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빈집을 재활용하고 재건축해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교외의 저렴한 땅에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게 이익이다. 이런 업계의 이해관계와 인구를 늘리려는 지자체, 토지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만나 주택과잉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특히 도쿄 연안 지구는 50층 이상의 초고층 맨션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2020년 도쿄올림픽과 상속세 절세 효과로 투자심리까지 더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런 초고층 맨션은 재해는 물론 노후화시 더 심각한 불량주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정부는 2013년 인프라 장기 수명화 기본계획을 발표, 주택 공급과잉을 막아보려하지만 거주지 확산은 지속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계속 개발관련 완화라는 엇박자를 내면서 빈집과 주택과잉 사태라는 모순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주택 과잉시대에서는 그동안 주택이 자산이었던 것과 달리 주택의 가치가 근본부터 흔들린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주택수와 거주지 면적을 더 이상 늘리지 않기 등 해결책을 제시했다. 일본의 사례지만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 일들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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