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김정은·트럼프의 유쾌한 반란
기사입력 2018-04-30 11:39 작게 크게

판문점(板門店)은 옛 적에 널문리로 불렸다. 임진강 지류인 사천강에 널빤지(板) 다리가 있어 그랬다는 이도 있고, 임금이 강을 건너려는데 다리가 없어 마을 사람이 대문(板門)을 뜯어 다리를 놓아 널문리라 했다는 이도 있다. 어느 쪽이든 판문점은 다리에서 유래했다.

본 모습을 잃고 65년간 분단의 상징으로 전락했던 판문점이 모처럼 이름 값을 했다. 판문점을 배경으로 펼쳐진 4ㆍ 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에서 평화로 가는 다리를 놓았다. 완전한 비핵화가 핵심의제인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놓는 역할도 잘 해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할 것인가. 필자는 낙관론에 점수를 주고 싶다. 우선 ‘세기의 담판’ 드라마에 출연하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뉴욕타임스 표현에 따르면 김정은ㆍ 트럼프 두 사람은 통념적인 생각(conventional wisdom)에 갇히지 않는 ‘상자 밖 생각’을 한다. 둘 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들이다. 둘러 가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접근한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에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결단을 내리는 톱다운 방식에도 익숙해 있다. 둘 다 성과와 업적에 목말라 있어 의기투합할 수 있다.

김정은을 보면 ‘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유학생활을 통해 서구문명을 경험한 김정은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달리 시장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려하고 있다. 젊은 지도자답게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는 김정은 집권 전인 2010년 200개이던 북한 장마당이 2017년엔 468개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장마당에서는 뿔 달린 고양이만 구하지 못할 뿐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김정은은 김일성종합대학과 북한사회과학원을 통해 진즉 베트남의 개혁ㆍ 개방 모델(도이모이)를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이 도이모이 후에도 사회주의 체제를 지켜냈다는 점에 주목해 시장경제 도입에 과단성을 보이고 있다. 인민생활 개선에 나선 그는 핵 빈국 보다는 핵 없는 부국으로 향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를 ‘세게 눌린 용수철’로 비유한다. 경제제재가 풀리면 아주 빠르게 튈 것이라며 투자할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김정은을 상대하는 트럼프도 ‘판을 바꾸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있다. 그가 집권후 보여준 불예측성, 파격성, 편향성, 과시욕 등은 그간 ‘트럼프 리스크’로 불렸지만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역설적으로 빅딜 가능성을 높인다. 28일 미시간주 유세장에 선 트럼프에게 지지자들은 노벨상을 외쳤고 그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역대 美 대통령 그 누가도 해결못한 북핵 문제를 풀었다는 업적을 들고 러시아ㆍ섹스 스캔들 등 사면초가의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당장 11월에 미국 중간선거도 있고 이후 자신의 재선 여부도 걸려 있다.

둘의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누구 말대로 평양에 트럼프 타워가 들어서고, 맥도날드 가게가 문을 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쯤되면 한미일-북중러 대립이라는 한반도 냉전구도의 판을 깨는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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